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구 용산동 전쟁기념관에서 대 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천안함은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됐다”면서 “북한은 자신의 행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남북 교역과 교류를 중단하고 이 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북한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10일 앞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준 전시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정부의 발표에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연어급 잠수정을 타고 들어와 잠복해 있다가 단 한 방의 어뢰를 발사해 버블제트형 폭발을 일으켜 천안함을 두 동강 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군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군의 발표를 그대로 믿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다.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군은 합리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담화문 발표 직후인 24일 11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 처장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는 게 마땅하지만 여러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데 해명이 너무 취약하다”면서 “온 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는 사건에 대해 정부는 육하원칙에 따라 전말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북한의 공격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제기되는 여러 의문과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게 시민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이 대통령이 대북 강경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여야가 합의한 남북합의서를 철회하는 문제”라면서 “선거가 끝나고 충분한 검증과 국민적 초당적 합의를 거쳐 발표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7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이 같은 내용을 성명으로 발표한 바 있다.

첫째, 없다고 했던 물기둥을 본 초병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가 뭘까. 100미터의 물기둥이 치솟았는데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전방을 주시했다고 하지만 바로 뒤에서 일어난 물기둥을 못 봤을 리 없다.

둘째, 절단면에서도 근접 폭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군이 제시하는 증거들은 오히려 어뢰 폭발이 아닐 가능성을 높여준다. 파공이나 파편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셋째, 생존자와 사망자들의 외상 정도도 어뢰 폭발로 보기 어렵다. 죽은 물고기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넷째, 열상감지장치(TOD) 동영상이 진짜 없는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군은 처음부터 거짓말을 반복했고 정작 가장 중요한 침몰 순간의 동영상만 없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다섯째,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도 부족하다. 군은 연어급 잠수정이 며칠 전부터 추적되지 않아 그 잠수정의 소행으로 추정한다고 하는데 300톤급 잠수함의 잠항시간이 20시간 남짓이라는 걸 감안하면 130톤급 연어급 잠수정은 더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왜 군은 이를 추적하지 못했을까.

여섯째, 잠수함 추적에는 실패했더라도 소나 탐지기에는 어뢰의 접근이 탐지됐어야 했다. 천안함이 실패했더라도 인근의 다른 초계함에서 이를 탐지했어야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일곱째, 디젤기관과 가스터빈실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조사결과를 강행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과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군은 가스터빈실을 인양했다는 사실을 함구하고 있다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가 이 사실을 밝힌 뒤에야 공개했다.

이 처장은 “우리는 어뢰설이나 좌초설이나 어떤 설도 주장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정부 조사를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국민들을 설득하고 의혹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라면서 “그게 시민사회 진영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 처장은 20일 발표에서 “연어급 잠수정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는데 그건 조선일보 유용원 전문기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면서 “연어급 잠수정의 잠항 능력이 어느 정도 되고 어디에서 어떻게 모선을 타고 와서 어떻게 튀어나왔는지 이 정도는 이야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10년 가까이 안보 분야 모니터링을 해왔지만 이번 사건은 너무 정보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이 처장은 “오늘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사고를 북한의 도발로 단정짓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는데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하거나 여야 합의를 모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합의는커녕 오히려 합의를 깼고 야당에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이 처장은 “정부가 증거를 조작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부 조사에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면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국정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신 대표는 “천안함에서 아무런 폭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고 정 대표는 “향후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군이 군사기밀이 아닌 것까지 비밀주의로 일관하면서 불필요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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