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평균의 2배나 됐다. 출산율도 최하위, 사회복지 관련 지출비중도 최하위였다.
OECD가 27일 발표한 2010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008년 기준으로 2256시간으로 OECD 평균 1764시간보다 492시간이나 더 많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2천시간이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그리스 밖에 없었다. 그리스도 2120시간으로 우리나라보다는 짧았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1.5명으로 평균 11.7명의 거의 두 배나 됐다. 여성 자살률은 13.2명으로 1위, 남성 자살률은 32.0명으로 헝가리에 이어 2위였다.
출산률도 2008년 1.19명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1.71명, 우리나라보다 낮은 나라는 슬로바키아로 1.32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 증가율은 2007년 0.33%로 OECD 회원국 중 8번째로 낮았다. OECD 평균은 0.68%였다. 고령화 속도도 빨라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05년 9.1%에서 2050년에는 38.2%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4932만명을 고점으로 2050년 4234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 재정지출 가운데 사회적 공공지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9%, 역시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20.6%다. 보건 관련 공공지출은 GDP 대비 3.5%로 OECD 평균 6.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대부분 언론이 이 사실을 단신 처리하는데 그쳤는데 당연히 그 원인을 제대로 짚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과 높은 자살률, 낮은 출산률, 빈약한 복지재정 등 이 부끄러운 세계 최고 기록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이 낮고 먹고 살기가 고달프다는 참담한 반증이다.
특히 노동시간 문제는 우리 언론이 오랫동안 은폐해 온 불편한 진실이었다. 우리 대기업들은 고용을 늘리기 보다는 노동시간을 늘리거나 비정규직으로 충당해 왔다. 대부분 사업장에서 노동운동이 와해되다시피 했고 노조는 정규직의 기득권을 보호하느라 비정규직에 소홀했다. 상당수 대기업에서 낮은 기본급을 야근과 잔업, 특근 수당으로 보조하는 관행이 일반화 돼 있고 초과근무에 시달리면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뺏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낮은 출산률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부동산 거품과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가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살률 역시 극단적인 양극화가 원인이다. 사회적 공공지출이 낮다는 건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의미고 각개각진의 경쟁에서 낙오될 경우 아무데도 기댈 곳이 없다는 의미다. 공공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세수확대와 사회적 분배구조가 확립돼야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31로 35개국 가운데 17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0.146으로 멕시코, 터키, 미국, 일본, 아일랜드에 이어 뒤에서 6위였다. 먹고 살기가 힘드니 더 많이 일하고 서로의 일자리를 뺏고 임금은 오르지 않고 그래서 더 많이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든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시간을 강제로 줄여나가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고 부동산 거품을 빼고 가계 부채를 줄여서 내수 기반을 다지는 것도 시급하다. 간접세를 줄이고 직접세를 늘려 복지 시스템을 확충하는 게 출산률 증대의 해법이 될 것이다.
(노동시간.)
(자살률과 만족도.)
(정부 공공무문 지출 GDP 대비 비중.)
자살률과 삶에 대한 만족도는 반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 의아하군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참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