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는 과거 그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들의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특히 트위터를 활용한 사이버 선거운동이 선거 중후반 흐름을 크게 바꿔놓았다. 천안함 사고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등 핵심 이슈가 터질 때마다 트위터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전개됐다. 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계됐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도 쏟아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초 트위터를 통한 사전 선거운동을 규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당한 정치적 표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인터넷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해외 사이트라 현실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선거 초기 일부 누리꾼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되기도 했지만 트위터 열풍을 꺾지는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정부와 주류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특히 천안함 사고와 관련, 정부가 의도적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불안심리를 선거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합리적 의문에 침묵하는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선거 초반 한나라당의 북풍몰이가 후반 들어 주춤해진 것도 여론의 거센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목된다. 지난달 20일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이후 트위터에서는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이 이어졌고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교육감 선거에 대한 홍보도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공보물이 누락됐다는 소식도 언론 보도 이전에 트위터에서 이슈가 됐다.
한 누리꾼은 지역별로 후보자의 약력과 공약, 전과기록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다.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에 오른 투표 가이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누리꾼들의 투표 참여 열풍은 지난 선거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제안한 누리꾼 시국선언은 사흘만에 실명 확인 서명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천안함 조사 발표를 비꼬는 패러디 물도 쏟아졌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오른 이 동영상은 영화 ‘히틀러와 제3세계의 몰락’의 한 대목에 자막을 입혀 히틀러가 “파란색 1번이 어떻게 결정적 근거가 되느냐”고 호통을 치는 장면을 묘사했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찍기만 하면 북한산이 되는 조선 카메라”라는 재기발랄한 어플리케이션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에게 사이버 선거운동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정보를 왜곡하거나 차단하려는 시도는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고 주류 언론의 편파 보도에 맞서 트위터가 대안 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선거는 결과와 무관하게 가장 유쾌하고 열정적이었던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