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지만 현실적으로 투표할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도 많다. 6‧2 지방선거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이지만 평소처럼 출근하는 직장이 많고 출근 시간이 이른 직장인들, 특히 비정규직과 일용직 노동자들은 아예 투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적 약자들이 투표에서 배제되면서 ‘계급투표’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수는 3885만명,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지난해 8월 노동부 통계 기준으로 575만명에 이른다. 유권자 가운데 14.8%, 이 가운데 상당수가 투표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이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은 84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비정규직의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가 계속 쏟아져 나왔지만 대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기업들은 선거일에도 정상출근을 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오후 6시까지 특근을 실시하는 기업도 많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노동자들 대부분은 유급 투표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 생계를 위해 아예 투표를 포기하고 무급으로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급투표시간을 보장하도록 지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헌법적 권리인 유급투표시간과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현대중공업의 실질적인 소요주인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의원 자격이 없다”면서 “현대중공업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참정권을 침해한다면 정 의원 퇴진투쟁을 비롯해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기업들은 대부분 이날 출근하지 않을 경우 무급처리하겠다는 지침을 내렸다.

헌법 24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공직선거법 6조 1항에는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돼 있고 3항에는 “공무원과 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관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에서는 관행적으로 비정규직에게는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지 않으며 이를 위반하는 기업에 아무런 법적 제재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법적으로 유급 휴일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용직 노동자는 임금 손실을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작업장에서 거소 투표를 보장하거나 투표일을 이틀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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