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 이른바 타임오프 매뉴얼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민주노총은 9일 기자회견에서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타임오프 매뉴얼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입장이다.


논란이 된 타임오프 매뉴얼은 노동부가 지난 3일 발표한 행정운영 지침서다. 이 매뉴얼이 향후 부당노동행위를 판정하는 기준이 된다. 타임오프는 노동조합 전임자를 폐지하는 대신 단체교섭과 산업재해 예방 등의 업무에 종사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 규모에 따라 타임오프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노조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에 공개된 타임오프 매뉴얼에는 근로시간 면제의 범위와 수준이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다. 특히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해당되지 않는 활동이 모두 제외되고 사업장과 무관한 상급단체 활동도 포함되지 않는다. 규정된 업무 이외의 일을 할 경우 그만큼 임금을 공제하게 된다. 임금을 지급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한도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특히 대형 사업장의 경우 노조전임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연간 근로시간이 2천시간인 조합원 350명의 사업장의 경우 5천시간 이내에서 타임오프 한도를 정할 수 있다. 만약 노사가 타임오프 한도를 4500시간으로 정한다면 풀타임 인원 2명(2천시간×2명)과 파트타임인원 1명(500시간×1명)으로 하거나 풀타임 인원 1명(2천시간×1명), 파트타임 인원 3명(1천시간×2명, 500시간×1명)으로 할 수도 있다. 노사 합의에 의한 경우라도 법적 한도인 5천시간을 넘길 수 없다.

노동부는 ‘노조 전임자’라는 표현 대신 ‘근로시간 면제자’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노조 전임자라는 말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노동부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는 기존의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된다. 기존의 노조 전임자들은 업무에 복귀하거나 노조가 직접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계가 노동운동 탄압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근로시간면제 인원의 선정기준 및 절차, 사업 또는 사업장 판단기준, 조합원 규모 산정 기준 등 법에 없거나 노사자율로 정해야 할 내용을 임의적으로 매뉴얼에 포함하고 있다”면서 “시행령에 담아야 할 내용을 행정지침인지 행정명령인지도 모호한 매뉴얼에 포함시켜 사실상 노조활동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과 모법, 시행령이 매뉴얼에 의해 역으로 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타임오프 매뉴얼은 단순히 내용을 발표하거나 설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법령의 내용을 구체화하거나 대외적·직접적인 효력을 갖는 경우 기본권을 침해하는 공권력의 행사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향후 헌법소원과 함께 매뉴얼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낼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4일 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근로시간 면제한도 고시 무효 확인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바 있다.

타임오프 제도의 문제는 노사 자율로 결정할 문제를 정부가 강제로 규정하고 나선다는데 있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제대로 지적하고 있는 언론은 거의 없다. 보수‧경제지들은 오히려 “파업 때 임금주면 불법행위”(서울경제), “내달까지 타임오프 단협 못하면 전임자 무 임금”(동아일보), “기형적 노사관계 깨야 국가 경쟁력 높일 수 있다”(문화일보) 등 일방적인 선전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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