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방송 예정이었던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이 불방됐다. 법원은 이날 오후 국토해양부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 MBC 김재철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이날 저녁 회의를 열고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PD수첩에서는 4대강 사업에 영포회가 개입돼 있다는 내용이 방송될 예정이었다.
미디어오늘이 확인한 결과 MBC 홍보국 이진숙 국장은 “경영진이 제작진에게 방송 내용을 사전에 시사할 것을 요구했으나 제작진이 이를 거부하자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사실 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내보내는 것은 공정방송의 책무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이 방송 내용을 사전에 검토하는 전례가 없는데다 내부 심의까지 거친 내용을 문제 삼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에서도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 경영진이 방송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사전 시사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사전 검열이고 보류라는 표현을 썼지만 방송 불가 판정이나 마찬가지였다.
MBC는 이날 저녁 PD수첩 대신에 VJ특급이라는 대체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본사 사정으로 오늘 PD수첩은 방송되지 않습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마감 뉴스에서도 아무런 해명이 없었다. MBC 기자와 PD들은 5공 때도 이러지 않았다며 격분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국토부가 이렇게 민감하게 구는 것일까.
국토부는 이날 사전에 공개된 PD수첩 예고편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고 “4대강 관련 비밀팀은 정부 내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다만 장관 방침을 받아 태스크포스를 운영했으며 팀원은 모두 국토부 수자원 업무담당 공무원 9명으로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또 청와대가 개입해 수심 6m를 확보한다는 지침을 마스터플랜에 포함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보고서 작성을 위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회의에 청와대 행정관이 1~2차례 참석한 것은 사실이나, 균형위 보고는 개략적인 사업 추진방향에 대한 것으로 수심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수심을 포함한 기술적 사항은 마스터플랜 용역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통해 구체화됐으며 4대강 전체 사업구간이 수심 6m를 유지하도록 돼 있다는 주장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4대강 전체 구간 1362.8km 가운데 6m 이상 수심을 갖는 구간은 26.5%인 361.2km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PD수첩은 이날 방송에서 국토부 산하 4대강 살리기 계획의 기본 구상을 만들기 위한 비밀팀이 조직됐는데 이 팀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과 영일·포항지역 공무원 조직인 영포회 회원인 청와대 행정관 2명과 국토부 하천 관련 공무원들이 소속돼 있었다는 내용을 보도할 계획이었다.
PD수첩이 사전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수심을 6m 확보해야 한다는 구상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수심 6m를 강조한 건 단순히 4대강 살리기를 넘어 이를 한반도 대운하로 발전시키려는 사전 포석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PD수첩의 보도가 맞다면 그야말로 대국민 사기극이 되는 셈이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겠지만 만약 정부가 꼭두각시 낙하산 사장을 시켜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뭔가를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멍청한 발상이다. 떳떳하다면 반박을 하면 된다. 잘못이 있다면 해명을 하고 반성을 하면 된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언론을 쥐고 흔들면서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