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라도 고용만 늘리면 된다? 정부가 2020년까지 15~64세 고용률을 선진국 수준인 70% 높인다는 목표 아래 국가고용전략이란 걸 발표했는데 과거 발표한 정책을 재탕삼탕해서 적당히 포장한데다 그나마 늘어난다던 일자리도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노동계는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32개인 파견 가능 직종 가운데 활용도가 떨어지는 특허 전문가와 여행 안내원, 주차장 관리요원 등을 제외하고 정규직 대체 가능성이 적은 제품·광고 영업과 경리사무, 웨이터 등의 직종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결국 파견 근로 범위를 확대, 비정규직을 늘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신설기업 또는 위탁 계약기간이 정해진 청소·경비직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규제를 예외하기로 한 대목이다. 비정규직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자동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다. 역시 비정규직을 늘리는 개악이라고 할 수 있다.
탄력적 근로 시간제 단위 기간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변형 근로시간제라고도 부르는데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할 경우 다른 날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단위 기간을 늘릴 경우 연장근무나 휴일근무를 해도 추가수당을 받기 어렵게 된다. 애초에 제도의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과도한 노동으로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 역시 마찬가지 맥락이다. 연장근무와 휴일근무 등을 휴가로 보상받거나 사용한 휴가를 연장근무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 결국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일을 몰아서 시키고 일이 없을 때 쉬게 하겠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역시 근로시간 연장과 인건비 절감이 목적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동 유연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으로 시작부터가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기간제와 파견 허용 업종 조정을 고용규제 합리화라고 들이미는 정부의 의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면서 “양극화의 핵심인 비정규직노동자를 더 양산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명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밖에도 일자리 창출 우수 100대 기업을 선정·공표하고 포상하고 청년실업 등 일자리 현안을 수시 논의하겠다는 등 그럴 듯한 대책이 쏟아졌지만 민주노총은 “구체성이 결여된 하나마나한 립서비스”라고 평가절하했다. 민주노총은 “결국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자는 것인데, 정부는 이를 마치 일자리 늘리기인 양 긍정적으로 포장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사내하도급 실태조사 후 하겠다는 직접고용 지도와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노무비 삭감, 유보임금 관행, 숙련기능인력 부족, 불법외국인 사용)에 대한 근본적 개선도 그동안 말로만 떠들면서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는 문제를 재탕하는 수준일 뿐, 구체적 의지와 진전된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명박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저임금‧단기‧임시 일자리 만들기에 다름 아니며 노동시장유연화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사기”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책은 청년실업자와 저임금 비정규노동자를 우롱하는 것이며, 고용문제를 이용해 친서민 이미지를 쌓기 위한 정치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