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 등이 천안함은 어뢰 공격이 아닌 기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 교수 등은 22일 공개한 최종 보고서에서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보고서에 실린 데이터는 천안함이 어뢰에 의한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에 의해 격침된 것이라는 결론을 부정하고 있다”면서 “한국군이 1970년대 말 사고 해역에 설치한 기뢰가 폭발해 천안함을 파손시켰을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합조단이 제시한 여러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은 TNT 100kg 정도의 폭발물이 수심 20m 정도 되는 원거리에서 폭발할 경우 천안함이 세 조각으로 파손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면서 새로운 결론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수심 24m 부근에 깔려 있던 MK-6 융상 조정 기뢰가 폭발했다면 천안함은 세 조각이 나면서 침몰할 수 있다”면서 “이 추론은 지금까지 합조단의 비공개 자료에 유일하게 접근했던 러시아 전문가 그룹의 검토 결과와도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가능성은 합조단 보고서에도 거론된 적 있다. 합조단 보고서에는 “천안함은 호깅(중앙 부분이 위쪽으로 힘을 받는 현상)보다 새깅(중앙 부분이 아랫쪽으로 힘을 받는 현상) 때 굽힘 하중에 더 취약하며 새깅 때 TNT 100kg이 폭발 거리 20m에서 폭발해도 천안함 주선체의 종강도에 기여하는 길이 방향 부재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선박구조 전문가들의 지적이 명시돼 있다.
천안함의 설계 파고는 10.6m인데 기뢰가 폭발할 경우 그 한계치에 근사하는 10m의 파고를 만든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여기에 사고 시점의 파고 2.5∼3m를 더하면 13.1∼13.6m의 파고가 천안함을 때렸고 새깅과 호깅 현상이 반복되면서 절단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서 교수는 “충격파에 의한 파손이나 파편이 선체에서 발견되지 않은 채 선체가 절단된 천안함의 피해상태와 매우 유사한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 경우 82m 이상의 물기둥은 나타나지 않는 대신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튈 수 있으며 화약 냄새나 음탐 신호의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또 “폭발물의 파편도 천안함 밑바닥과 부분적인 접촉은 있을 수 있으나 10mm의 철판을 뚫지 못했을 것이고 생존자들이 가벼운 부상에 그쳤던 것도 원거리 비접촉 폭발로 모두 설명된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1차 보고서에서 어뢰 공격으로 인한 버블제트형 폭발에서 발견돼야 하는 파편과 파공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강한 충격파의 직접적인 흔적도 없었으며 단순히 버블제트만으로 배가 두 동강이 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만약 어뢰 공격이 아닌 기뢰 폭발이라면 이 같은 모순이 모두 해결된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핵심 쟁점은 3m 거리의 360kg 어뢰 폭발이냐 아니면 20m 거리의 100kg 기뢰 폭발이냐로 정리된다.
서 교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사고 지점이 수심 40m가 넘는 지역이었다면 계류 기뢰가 수심 24m 정도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천안함이 수심 20m 정도의 해역에 들어갔다면 해저에 매설된 육상조종 기뢰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건 초기 국방부와 해양 경찰청 관계자들이 사고 지점 수심을 24m로 보고한 것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 결과도 서 교수의 추론과 유사하다. 러시아 조사단은 어뢰 공격의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천안함이 수심이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함선 아랫 부분이 기뢰의 안테나를 건드려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최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천안함이 침몰 직전 급속 유턴을 했으며 그곳이 어초까지 설치된 어장이라는 점도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서 교수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군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한국군이 1970년대 말 사고 해역에 설치한 기뢰가 있으며 대부분 수거를 했지만 완전히 수거가 되지 않았으며 특히 수심 20m 이상 해저에 기뢰가 있었다면 수거 대상도 아니었을 것이고 문제의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육상조종 기뢰의 경우 단순히 조종장치를 제거한다고 해도 뇌관이 남아있기 때문에 완전히 불능화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합조단 보고서는 천안함과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흡착물질이 폭발과 아무 관련이 없는 물질임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보고서의 데이터는 ‘1번 어뢰’가 근거리 비접촉 폭발로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한다”는 결론을 거듭 강조했다. 서 교수는 “합조단 보고서는 원거리 비접촉 폭발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면서 “수심 20m에서 100kg 정도의 TNT가 폭발했다면 해저 기뢰의 폭발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이 같은 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검토하기 위해서는 천안함의 항적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 “천안함과 해저에서 발견한 금속 파편 164점에 대한 분석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어뢰설이 부정된 이상 금속 파편에 대한 분석을 다시 해 기뢰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 같은 데이터가 추가로 공개된다면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