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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설과 좌초설, 그리고 기뢰설.

정부는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정황 근거들을 꿰어 맞췄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여러 차례 상식적 모순에 부딪혔고 과학자들의 문제제기도 쏟아졌다. 사고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지금까지 제기된 어뢰설과 좌초설, 그리고 기뢰설의 핵심 쟁점을 정리해 본다.


1. 어뢰설.

정부가 밀고 있는 어뢰설은 방대한 데이터와 물증으로 뒷받침되고 있지만 그만큼 논쟁의 여지도 많다. ‘1번 어뢰’라는 결정적 증거가 제시됐지만 정작 이 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한 것인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 함수와 함미에서 발견됐다는 화약성분이 정작 어뢰 추진체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고온의 폭발에 매직 글씨가 날아가지 않은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천안함 절단면에서는 폭발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는데 합조단은 이를 비접촉 폭발에 의한 버블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m 거리에서 폭발이 생겼는데 천안함의 표면에 아무런 파편이나 파공이 없고 충격파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논리적인 모순이다. 전문가들은 충격파 없이 버블제트만으로 배가 두 동강이 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2. 좌초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등은 좌초설을 강력히 주장한다. 이들은 우선 절단면에서 아무런 폭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으며 안쪽으로 오그라든 프로펠러와 인양됐을 때 발견된 옆면의 긁힌 자국 등이 좌초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사고 직후 군 관계자가 좌초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던 것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좌초만으로 배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지는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절단면 부분이 위쪽으로 움푹 들어간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가스 터빈실이 통째로 날아가는 등 강한 압력과 충격을 받은 정황이 발견돼 단순 좌초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고 전후 천안함의 이동 궤적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좌초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기뢰설.

어뢰설과 좌초설이 둘 다 논리적 모순에 부딪히자 나온 것이 기뢰설이다. 합조단도 사고 직후에는 기뢰 폭발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가 어뢰 공격 쪽으로 돌아선 바 있다. 기뢰설의 핵심은 폭발은 있었지만 합조단이 말하는 것처럼 3m 거리에서 TNT 360kg이 폭발했다면 천안함이 지금처럼 멀쩡한 상태일 수 없다는데 있다.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은 만약 20m 거리에서 TNT 100kg의 폭발이 있었다면 설계 파고가 넘는 10m 이상의 파고가 생성돼 충격파 없이도 절단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 교수 등의 추론 대로 이 기뢰가 만약 우리 군이 1970년대에 설치했던 기뢰라면 갑자기 어떻게 왜 폭발하게 됐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합조단이 숨기고 있는 정보에 진실이 있다.

결국 현재로서는 어뢰설이나 좌초설, 기뢰설 등 어느 하나도 완벽하게 천안함 침몰 사고를 설명하지 못한다. 어뢰설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면 좌초설과 기뢰설 역시 전면 배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 사고 현장에서 인양됐다는 ‘1번 어뢰’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과 함께 사고 상황을 전면 재구성하는 작업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합조단의 보고서는 오히려 어뢰설을 부정하고 있으며 향후 TOD(열상감시장치) 동영상과 KNTDS(전략전술지휘시스템)의 항적 자료, 교신 내역 등이 완벽히 공개돼서 정확한 사고 지점과 사고 전후 천안함의 상황 등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합조단이 이런 핵심 정보들을 숨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들은 궁금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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