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세계민중회의, “달러화 영향력 축소·강력한 자본 통제 필요.”

“잘 사는 나라들을 더 잘 살게 만들려는 이런 논의는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세계 질서를 반영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8일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열린 세계민중회의에서는 미국이 촉발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대안으로 금융규제 강화와 투기 억제, 새로운 지역 시스템 구축 등이 논의됐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단순히 환율이나 경상수지 규모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는 이 같은 논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참석자들은 2008년 이후 세계적인 불황은 구조적인 위기이며 시스템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위기를 심화시키는 결과가 될 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오스카 우르가테체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교수는 “2016년이 되면 G7 나라들의 경제 규모가 중국, 미국, 인도, 일본, 독일, 러시아, 브라질 순서로 재편되고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될 것”이라면서 “부자 나라들의 성장 동력과 신흥 국가들의 성장 동력이 연결돼 있다는 전제부터 틀렸다”고 지적했다. 오스카 교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반영하는 새로운 국제 금융기관과 새로운 거버넌스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에 이자율을 올리라고 압박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는 미국에 이자율을 낮추라고 조언하고 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이 미국의 과다 소비에 있는데 미국의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명분으로 이자율을 낮추고 달러화를 찍어서 뿌리고 있는 상황이다. 오스카 교수는 “어느 나라에는 적용되고 어느 나라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런 원칙으로는 세계적인 합의를 끌어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시장 결정적 환율제도를 도입하면서 IMF 지분 비율을 조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오스카 교수는 “세계 경제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데 IMF 투표권으로 숫자 놀음을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오스카 교수는 “단순히 기축통화를 다변화하는 것을 넘어 유로 지역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중동 등 지역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통화 바스켓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스카 교수는 “G20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면서 “경제 안정을 바란다면 달러화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축소시켜야 하고 최소한의 자본 통제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스카 교수는 또 “지금은 달러화를 무작정 투입하고 있는데 이는 달러화 가치를 계속 저하시키고 장기적으로 미국 내수를 위축시켜 무역 불균형을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라 앤더슨 미국 국제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구조조정을 겪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개혁 법안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라 연구원은 “대형 금융기관의 대마불사 신화를 깨고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한편 상품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발리짓 싱 인도 공익연구센터 소장은 “우리는 지금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맹목적인 세계화 정책이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고 그 충격이 민중에게 돌아간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싱 소장은 “주류 경제학에서는 자본 통제가 비효율성을 야기한다고 주장하지만 성공한 나라들 일부는 자본 통제를 잘 활용했다”면서 “특히 현재와 같이 불확실한 시기에는 자본 통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페터 발 독일 세계경제환경개발 연구원은 “G20 정상회의의 해법은 카지노식 자본주의에 더 많은 경비를 세우는데 그치고 있다”면서 “진보진영에서는 카지노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 연구원은 “금융거래세는 금융자본주의를 통제할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강력한 도구”라면서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면 투기적 금융거래를 크게 줄이고 엄청난 규모의 복지재원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에콰도르 대통령 경제 자문인 페드로 파에즈는 “G20은 공공지출을 삭감하고 노동계급의 힘을 축소하는 쪽으로 변화를 몰고 가고 있는데 이는 금융 위기를 넘어 사회의 위기이자 문명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파에즈는 “신자유주의를 약간 변경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회계규칙을 조정하는 걸로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주변부 나라들 민중의 힘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에즈는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와 관련, “미국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활용,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고 있는데 세계 민중의 이해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런 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에즈는 “특히 소득 분배 문제를 국가적 차원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개혁해야 하며 이를 위해 위성국가로 전락하고 있는 신흥국가들과 남미와 아프리카 등 주변부 나라들 민중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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