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보기에.” 이런 문장을 가끔 보게 된다. 주류 언론의 기자들도 기자수첩 따위를 쓰면서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런 문장을 남발한다. ‘필자’나 ‘기자’는 일반 명사일 뿐 1인칭 대명사가 아니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의미일 텐데 그냥 ‘나’라고 쓰면 될 걸 왜 이런 이상한 말을 쓰나? ‘나’라고 쓰면 없어 보여서? 일기 같아서? 객관성이 떨어져 보여서?
정보기술 칼럼니스트 김중태씨가 언젠가 지적한 대로 “필자가 무슨 무슨 글을 쓴 필자를 만났더니”라거나 “기자가 기자들 모임에 가서 들은 바에 따르면”, 뭐 이런 이상한 문장들도 나오게 된다. 앞의 필자는 무슨 필자고 뒤의 필자는 무슨 필자인가. “기자가 수습 기자이던 시절.” 이런 이상한 문장은 우리나라에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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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단지 한국어 문법이나 기사의 문체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라는 상품이 ‘객관화된 정보’지향의 시대에서 ‘개인의 관점, 체험, 관계’ 지향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시대에서 필자, 기자, 관계자, 전문가, 소식통 등 객관화를 염두에 둔 모든 어법이 힘을 잃고 있습니다. 차라리 어설프고 설익었더라도 ‘전문가에 따르’지 말고 ‘내가 보기에는’, ‘내가 해보니’ 식으로 글을 쓰는 연습을 기자들이 지금부터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