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24시’ 7시즌에서는 적이 미국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사실이 충격을 줬다. 스톡우드라는 민간군사회사(PMC, Private Military Company)가 나오는데 이들은 미국 군대 못지않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아마도 블랙워터라는 회사를 모델로 한 모양인데 이 회사는 실제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 특수부대 보다 먼저 적진에 침투해 험한 임무를 맡기도 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미국 대사관 등을 경호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방과 치안의 민영화는 민영화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래 간단히 서평으로 썼던 ‘미친 사유화를 멈춰라’에서는 이를 두고 “국가의 자살”이라는 표현까지 썼던데 군산복합체와 정치권의 유착이 어느 정도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제3세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잡한 군사 작전에 민간군사회사들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민간군사회사의 용병을 활용하는 건 죽은 ‘군인’이 없고 언론의 주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죽은 딘코프의 용병은 교통사고로 죽은 관광객으로 위장돼 들어왔다. 페루에서는 실수로 선교사들이 탄 비행기를 격추시키기도 했지만 조용히 처리됐다. 예산 규모가 5천만달러가 안 되는 위탁 업무는 미국 상원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들어간 돈이 연간 3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대목은 이들이 언제라도 총부리를 돌려 정부와 국민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데다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사람들이니까. ’24시’에서 스톡우드는 대통령 암살을 배후 조종하다가 실패하자 생화학 테러를 감행한다. 이들에게 돈을 주는 건 미국 정부지만 사실 이들은 미국 정부를 손바닥 안에 가지고 논다. 이윤 앞에서 국가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가뜩이나 국가가 그 이윤을 위협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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