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만든 더데일리는 그럴 듯하지만 참신하지는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웬만한 월간지 수준의 콘텐츠를 일간으로 펴내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문제는 비주얼이 아니라 결국 콘텐츠다. 그리고 양보다는 질이다. 미국 콜롬비아대 저널리즘스쿨 공식 트위터(@CJR)는 “훌륭한 디자인으로 부실한 콘텐츠를 커버할 수 없다(Great design will not trump lackluster content)”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더데일리는 초기 개발비만 3천만달러(360억원)가 든데다 1주일에 운영비용으로 50만달러(6억원)씩이 든다고 한다. 초기 개발비를 빼고도 한 달에 24억원 이상, 1년이면 312억원씩 든다는 이야기다. 구독료는 1주일에 0.99달러, 1년에 39.99달러다. 머독의 계산처럼 아이패드 소유자의 5% 수준인 200만명을 정기구독자로 확보한다면 연간 8천만달러(960억원)을 벌어들이게 된다. 여기에 광고 수익까지 더하면 해볼 만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패드 신문은 종이값과 인쇄비를 절감할 수 있는 대신 유료화 장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공짜 뉴스가 넘쳐나는데 굳이 왜 유료 뉴스를 봐야 하는가. 1년에 4만8천원 정도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단 돈 1천원이라도 그 정도를 지불할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을 즐겨 보는 독자라면 더데일리의 화려하지만 빈약한 콘텐츠에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낙관적으로 전망해서 더데일리가 100만명 정도 정기구독자를 끌어 모으는 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확보된 영어권 시장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우리나라에서라면 아주 낙관적으로 전망해도 향후 2~3년 내에는 10만명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만명이 월 5천원씩 낸다고 하면 1년이면 60억원, 월 5억원 정도 매출이 발생한다. 여기에 광고 매출을 기대한다고 해도 일간지는 꿈도 꾸기 어렵다.
결국 획기적인 콘텐츠를 내놓지 못한다면 비좁은 국내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수익모델을 찾기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더데일리처럼 주간지 스타일의 콘텐츠를 일간으로 서비스한다는 건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 오히려 태블릿 신문은 일간보다 주간 단위의 호흡이 긴 분석기사나 읽을거리 콘텐츠가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옛 시사저널 정도에 텐아시아를 결합한 정도? 퀄리티를 높이고 일간 단위 업데이트를한다면.
상대적으로 종이신문은 운신의 폭이 더 좁다. 조선일보의 경우 발행부수가 184만부가 넘는다. 중앙일보는 131만부, 동아일보는 129만부씩이다. 아무리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당장 돈 되는 종이신문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9만부와 28만부씩이다. 이들 역시 기존의 수익기반을 포기하면서 전면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굴지의 방송사와 신문사, 인터넷 콘텐츠 회사를 거느린 머독이 더데일리를 새로 창간한 것도 기존의 수익모델을 과감히 포기하고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잃을 걸 두려워하면 도전을 주저하게 되니까. 일단 더데일리는 사람들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난 2주 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 것인지는 미지수다. 호기심이나 재미 이상의 필요를 끌어낼 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참고 : 아이패드 유료화, 최대 걸림돌은 공짜 온라인. (이정환닷컴)
참고 : 올드미디어의 역습, 단말기 보다는 콘텐츠에 투자하라. (이정환닷컴)
참고 : 태블릿 서비스, 신문사에 약일까 독일까. (이정환닷컴)
참고 :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 기업이 돼야 한다.” (이정환닷컴)
(지난해 정보기술 잡지 실리콘인사이더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뉴욕타임즈는 신문 생산에 해마다 8억4400만달러를 쓰는데 이 가운데 6억5천만달러 가까이가 신문 인쇄와 용지 구입과 배포에 들어간다. 이 잡지는 뉴욕타임즈 구독자는 모두 83만명인데 359달러짜리 킨들DX2를 무료로 뿌려도 2억9800만 달러면 충분하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반년도 안 돼서 본전을 뽑고 그 뒤로는 해마다 6억5천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계산이 가능하다. 한화증권은 중앙일보가 기사를 전자책 형태로 제공할 경우 영업이익률이 -7%에서 52%로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2009년 기준 중앙일보의 매출액은 3056억원, 매출원가는 1998억원에 이른다. 판매관리비 가운데 운반비도 825억원이나 된다. 이 증권사는 중앙일보가 종이신문을 포기한다면 매출원가가 280억원으로 줄어들고 매출 총이익이 1058억원에서 277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