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2009년 개정된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이 집단이나 연명, 또는 단체 명의를 사용해 국가 정책을 반대하거나 국가 정책의 수립·집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공무원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비롯해 인터넷에서도 복무규정이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되기도 했다.


헌법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규정이 있고 국가공무원법에는 정치운동과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에서는 공무원의 정당가입 및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세력이 공무원들을 부당하게 선거에 동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나라마다 편차는 있지만 정치적 의사표현을 비롯해 거의 모든 종류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나라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다. 정영태 인하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선진국들도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일부 제한하는 경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치적 자유를 인정하고 불이익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정치적 자유는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대 교수는 “공무원의 기본권적 지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정치 활동을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것은 헌법적 요청과 조화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공무원을 야당과 격리시키고 공무원에게 정부와 여당의 충복이기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정부는 집권세력으로서 기득권을 앞세우기 보다 국가의 정치적 중립성에 근거해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보다 전향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영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미국에서 현직 공무원이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해서 대중 연설을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차 실장은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 없는 건 물론이고 국민의 기본권인 정당 가입이나 후원까지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면서 “영혼 없는 공무원을 만드는 공무원 복무규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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