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은 자영업자 부채에 있으며 시장의 예상보다 부실 위험이 매우 큰 상태라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가운데 상위 5분위의 비중이 절반 수준에 이르는데다 주택 담보 대출의 경우 담보 비중이 높아 부실 가능성이 낮고 그 위험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정부 역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지난 1일 발간한 은행업종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와 학계, 업계 등 주요 경제주체가 가계부채 위험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영수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의 위험 수준이 시장이나 정부의 분석과 달리 관리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위기는 예측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기존의 주장과 달리 가계부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군은 상용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 연구원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절반을 자영업자가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상위 20% 소득자의 부채 가운데 자영업자가 5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분위의 가계대출 목적 가운데 사업자금 마련이 34%에 이른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서 연구원은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도는 상용 근로자와 비교할 때 매우 높다”면서 “가계부채가 자영업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면 전체 가계부채의 위험도도 시장의 예상보다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99.8%, 상용 근로자의 두 배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다 담보 비율도 일반 가계대출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돼 우려를 더한다.

자영업자들 대출은 담보 성격이 취약한 데다 담보 비율도 매우 낮다. 서 연구원은 “자영업자 발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될 경우 자영업자의 부동산 매각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 추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심화 시나리오보다 자영업자 중심 가계부채의 부실화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전체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서 연구원은 “가계여신의 건전성이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양호한 것처럼 보였던 건 주요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가계여신을 늘린 데다 만기 일시 상환 또는 거치기간 연장 등의 형태로 이자만 내면 되는 상황이었고 정부의 저금리 정책의 영향으로 과도하게 낮은 금리가 적용됐던 것도 주된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원은 “그러나 하반기에는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오는 8~9월 무렵 저축은행의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고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연쇄적인 뱅크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서 연구원은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악화된 데다 잠재 부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상황에서 자기자본비율이 감독당국의 적기 시정조치 기준 이하로 낮아지거나 불법 대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연쇄적인 뱅크런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서 연구원은 “저축은행 부실화와 뱅크런이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 신용협동기구로 전이될 경우 저축은행 문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에서 가계부채 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용협동기구의 가계여신은 155조원, 전체 가계대출의 26%에 이른다. 신용협동기구의 수신 이탈이 본격화될 경우 자영업자 중심의 가계 여신 부실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서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달 29일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이 오히려 가계부채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신용협동기구의 건전성 및 충당금 적립 기준을 강화해 대출을 규제할 경우 자영업자들 부실이 터져나올 거라는 이야기다. 서 연구원은 “그동안 자영업자들의 자금공급 주체 역할을 해왔던 신용협동기구의 여신축소가 본격화될 경우 가계부채의 연착륙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개인 금융부채는 3월 말 기준으로 1007조원에 이른다. 가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3%,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이면 160%를 넘어설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이 많고 담보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된 대출 비중은 20%도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경우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Similar Posts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