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은 누구일까. 미디어오늘이 소셜 네트워크 영향력 평가 서비스 클라우트(www.klout.com)를 활용해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국내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등 정치인 91명의 영향력 지수를 비교한 결과 최재천 전 민주당 의원이 77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76점으로 2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74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아래 수치는 모두 7월12일 기준.)

클라우트 영향력 지수는 도달률(True Reach)과 전파력(Amplification Probability), 네트워크 영향력(Network Influence) 등 항목에서 50개 이상의 변수를 적용해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지표다. 팔로워 수는 기본이고 팔로워와 팔로잉의 비율, 리트윗과 멘션 수와 계정 수 등 팔로워들의 상호 작용에서 영향력을 산출한다. 일반인의 경우 10점 후반이 보통이고 40점 이상이면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참고로 탤런트 김여진씨는 81점이다.)

영향력 지수 1위 최재천 전 의원의 경우 팔로워 수는 3만1129명에 지나지 않지만 리트윗 수가 9만3748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 전 의원은 지금까지 2만8088건의 트윗을 썼는데 최 전 의원의 트윗을 리트윗한 트위터 사용자가 2만1723명, 최 전 의원에게 말을 건넨 트위터 사용자, 멘셔너가 5570명에 이른다. 팔로워들의 호응이 많고 그만큼 널리 읽힌다는 의미다. 최 전 의원은 1만2천명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가장 왕성하게 트윗을 쏟아내는 정치인이다. 140자로 끊어내는 촌철살인의 정세 진단과 비판은 수많은 리트윗을 몰고 다닌다. 클라우트는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의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최 전 의원은 ‘생각의 리더(thought leader)’로 나타났다. 팔로워들이 어떤 이슈에 반응하는지 잘 알고 있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제를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2위인 정동영 민주당 의원과 3위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역시 ‘생각의 리더’다. 최 전 의원이 논평형이라면 이 두 사람은 현장형 트윗을 많이 쓴다. 각각 팔로워는 4만7424명과 7만1495명인데, 정 의원은 1만7천명, 이 대표는 2만8천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팔로워 수에 일부 허수가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대표가 팔로워 수는 많지만 정 의원이 전파력 등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팔로워 수 기준으로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22만5148명으로 1위, 노회찬 진보신당 고문이 12만5525명으로 2위,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10만7102명으로 3위로 나타났다. 유 대표는 팔로워 수는 압도적으로 많지만 리트윗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유 대표는 정보성보다는 단순히 일정을 중계하는 트윗을 많이 쓴다. 대화형 트윗도 많다. 유 대표는 영향력 지수 기준으로 10위, 유형은 ‘널리 알리는 사람(방송인, broadcaster)’로 분류됐다.

노 고문은 비교적 일찍 트위터에 합류했다. 팔로워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트윗 수도 많고 리트윗과 멘션도 상위권이다. 리트윗 수 기준으로 1만7534건, 최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노 고문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트위터 사용자는 5만여명에 이른다. 박 의원은 오프라인에서의 성향을 반영한 듯 트윗이 104건 밖에 안 되지만 리트윗이 4823건이나 된다. 말수가 적지만 한번 말을 하면 여러 사람이 귀를 기울이는 ‘방송인’ 유형이다.

영향력 지수 상위권에는 이밖에도 천정배·김진애 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포함돼 있다. 김 의원과 심 전 대표, 최 지사는 ‘권위자(pundit)’로 분류된다. 이들은 뉴스를 나눌 뿐만 아니라 뉴스를 직접 만들어내는 유형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루지 않는 독보적인 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주목도가 높고 팔로워들의 호응도 많다.

영향력 상위에는 ‘생각의 리더’와 ‘권위자’, ‘방송인’ 유형이 많고 지수 50 이하에서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와 ‘네트워커(networker)’, ‘소셜라이저(socializer)’ 유형이 많다. ‘스페셜리스트’는 특정 주제의 트윗을 많이 하고 제한된 범위의 독자를 갖는 유형이다. ‘네트워커’는 뉴스를 만들어 내기 보다는 단순히 링크를 전달하거나 리트윗을 많이 하는데 그치는 유형이다. 계정만 만들었을 뿐 거의 활동이 없는 정치인들도 상당수였다.

이밖에도 박지원 민주당 의원,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특임장관,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이계안 민주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전병헌 민주당 의원, 정두원 한나라당 의원, 원혜영 민주당 의원 등이 클라우트 지수 60점 이상으로 영향력 상위에 올랐다. 전반적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부진한 가운데 이 장관의 약진이 돋보였다.

정치인들의 소셜 네트워크 유형을 분석한 결과 ‘스페셜리스트’가 38%로 가장 많았고 ‘방송인’이 17%, ‘소셜라이저’가 16%, ‘네트워커’가 15%로 나타났다. 대부분 정치인들이 다분히 의무감에서 트위터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적응하고 소통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의 리더’는 6%, ‘권위자’는 3%에 지나지 않았다. 상위 20위 이하로 내려가면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정당에서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으로는 민주노동당이 63점으로 14위, 국민참여당이 58점으로 24위, 민주당이 57점으로 28위, 진보신당이 54점으로 34위, 한나라당이 46점으로 60위에 올랐다. 팔로워 수는 국민참여당이 1만762명으로 가장 많았고 진보신당은 6638명, 민주당이 5984명, 민주노동당이 3671명, 한나라당은 896명 순이었다. 한나라당이 의석 수는 가장 많지만 트위터에서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우트 지수는 소셜 네트워크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서비스 가운데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는 서비스다. 미국에서는 클라우트 지수를 직원 채용에 반영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차별을 조장하는 온라인 카스트 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나 영향력을 평가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피어인덱스(PeerIndex), 트윗어라이저(Twitalyzer) 등 유사한 서비스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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