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는 지난 2005년 온라인 뉴스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2년 만에 접은 바 있다. 그러다가 올해 3월 다시 유료화를 부분 도입했다. 주목할 부분은 첫째, 과거의 실패한 유료화와 비교해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둘째, 그래서 과연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다. 아직까지는 유료화 전환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많다.

2005년 유료화 때 뉴욕타임즈는 타임즈셀렉트라는 이름으로 칼럼과 과거 기사를 묶어 연 회비 49.95달러에 유료 회원을 받았다. 22만명 이상이 유료 회원으로 전환했고 덕분에 연간 1천만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 유료화를 포기하고 방문자 수를 늘려 광고 수입을 늘리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뉴욕타임즈는 유료화 포기 이후 방문자 수가 급증, 월 방문자 수 3천만명에 이르는 미국 최대의 뉴스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비비안 쉴러 뉴욕타임즈 부사장은 지난 2007년 유료화를 포기하면서 “뉴욕타임즈의 보도와 분석에 무제한적 접근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브랜드와 저널리즘의 장기적 생명력을 지키고 우리 독자들의 이해에 봉사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경영난이 가속화되면서 뉴욕타임즈는 다시 유료화를 검토하기 시작한다.

올해 3월 다시 유료화를 도입하면서 뉴욕타임즈는 월 20건까지는 무료로, 기사를 더 보려면 월 15달러에서 최대 35달러를 내면 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어느 디바이스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구글 검색이나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접속하는 경우는 월 20건에 포함하지 않지만 구글 검색의 경우 하루 5건으로 제한된다. 종이신문을 유료 구독하는 경우에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온라인의 모든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했다.

29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펴낸 해외언론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타임즈의 유료 가입자 수는 10만명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았지만 전체 페이지뷰는 크게 줄어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희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유료화 장벽 설치 이후 뉴욕타임즈의 연간 매출은 2500만달러에서 많게는 5천만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초 유료화의 목표를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즈의 딜레마는 파이낸셜타임즈의 성공 사례와 비교할 때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파이낸셜타임즈의 온라인 유료 회원은 13만명에 이른다. 구독료는 연 300달러, 종이신문과 동시 구독할 경우는 400달러다. 파이낸셜타임즈 최고경영자 존 리딩은 “유료 콘텐츠는 저널리즘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광고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것이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자기 파괴적”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유료화 장벽을 치고 있는 파이낸셜타임즈의 온라인 광고 매출이 무료 서비스를 하고 있는 가디언 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다. 페이지뷰는 가디언이 훨씬 많지만 파이낸셜 타임즈의 광고 매출은 연 3천만 파운드로 가디언 2500만 파운드를 크게 웃돈다. 지불 장벽 안에 있는 독자들이 충성도가 더 높고 더 오래 주목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덕분에 광고 단가도 훨씬 더 높게 책정돼 있다.

반면 더타임즈의 경우 온라인을 유료화 한 뒤 7만9천명의 유료 회원을 확보했는데 그 과정에서 페이지뷰가 크게 줄어 광고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유료화 이전 방문자 수가 월 300만명 수준이었으니 거의 97%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종이신문 구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는 영향력과 수익모델 양쪽에 위기가 된다. 온라인 광고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취재원들 역시 불만을 늘어놓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교수는 “온라인 유료화 이후 트래픽 감소로 잃게 될 광고 수입이 유료 가입자를 통해 얻게 될 신규 수입보다 훨씬 큰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종이신문 독자 1인의 가치가 온라인 유료 가입자 1인의 가치보다 무려 세 배나 크다”면서 “온라인 유료 가입자 수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면 지불 장벽은 실패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교수의 유보적인 전망과 달리 최근 발표된 뉴욕타임즈의 2분기 실적은 평가가 엇갈린다. 뉴욕타임즈가 발표한 온라인 유료 회원은 2분기 말 기준으로 28만1천명, 이런 추세라면 연간 4천만달러 이상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광고 매출도 2분기 58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5% 늘어났다. 예년 보다 증가율은 줄었지만 아직까지 트래픽 감소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정 교수는 “분명한 것은 온라인 뉴스 콘텐츠에 대한 지불 의사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지불 문화와 적절한 생태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단기간에 특정 행위자의 영웅적 결단과 시장 주도력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면 콘텐츠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미디어 생태계와 광범위한 지불 문화를 범 산업적으로 구축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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