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칠보초등학교의 주먹밥 프로젝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먹이고 우리 아이들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먹인다는 개념이다. 세상에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투표에 도박을 하는 어른들이 있는가 하면 이처럼 어렵고 외로운 이웃을 돌아보는 기특한 아이들도 있다.


이 학교는 모든 아이들에게 무상급식을 하고 있는데 점심을 준비하고 나면 이런 저런 식재료가 많이 남는다고 한다. 당근이나 호박이 몇 토막 남을 수도 있고 돼지고기나 닭고기가 몇 덩어리 남을 수도 있다. 어묵이나 감자, 햄, 시금치, 버섯 등등. 식재료는 나중에 다시 활용하기도 하지만 한 번 조리된 뒤 남는 음식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가기 마련이다.

이 학교 아이들은 이처럼 남는 식재료로 주먹밥 도시락을 만들어 같은 마을에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가져다 드린다. 도시락 메뉴는 그날 그날 어떤 식재료가 남느냐에 따라 다르다. 남는 음식과 식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1만원만 있으면 20인분의 도시락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주먹밥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먹을만큼만 밥과 반찬을 덜어가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멀쩡한 음식을 쓰레기로 만들지 않으려면 먹다 남아서 버리지 않도록 미리 남겨서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이론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 놀라운 지혜를 터득한다. 그리고 이를 즐겁게 실천한다.

주먹밥을 받아든 어르신들은 눈물을 훔친다. 한 끼 밥보다 아이들의 마음 씀씀이가 더 고마웠으리라. 아이들 역시 공동체의 가치와 나눔의 철학을 깨닫지 않았을까. 세상을 바꾸는 작은 아이디어, 그리고 행동. 주먹밥 프로젝트는 신자유주의 천국,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유쾌하게 전복한다. 이 프로젝트는 주변의 다른 초등학교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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