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혐의로 법정구속된 아무개 기업 대표의 기사를 읽으면서 오래 전 기억이 떠올랐다. 법조 출입을 했던 2003년은 유난히 굵직굵직한 사건이 많이 터졌다. 대북 송금 특검이 있었고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다. 송두율 교수의 재판도 있었다. 수사를 받던 재벌 그룹 회장이 투신 자살을 하기도 했고 3억원이 들어가는 사과상자 18개(600kg)를 승용차에 싣고 운반할 수 있는지 현장검증이 이뤄지기도 했다.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던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의 김아무개씨. 김씨는 국세청장으로 재직하던 무렵 1천만원씩 네 군데서 4천만원을 받았다. 직무상 부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고 그리 큰 돈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더 큰 돈을 드시고도 멀쩡히 버티고 있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법정 최고형이 5년인데 작량 감경해 2년6개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법정구속을 선고했다.

아침에 “아빠 법원에 다녀올게”하고 집을 나섰을 그는 선고를 듣고 말을 잊었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정신을 차린 그는 딸에게 전화를 한통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고 재판장은 이곳을 나가면 전화를 못하게 될 테니 여기서 하라고 했다. “아빤데, 놀라지말고. 아빠, 일이 잘 안 돼서 한동안 집에 못 갈 것 같아. 끊을게.”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멀쩡하게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법원에 온 그는 그대로 교도소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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