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요즘은 ‘식스 센스’ 만한 영화가 없다. 나이트 샤말란은 놀라운 감독이지만 ‘빌리지’는 ‘식스 센스’에 여전히 못미친다. 다만 서술 방식은 ‘식스 센스’와 꽤나 비슷하다.

(아래는 스포일러. 어차피 다음주면 모든 영화관에서 내릴 거고 어차피 비디오로도 보지 않을 거라면 마저 읽어도 상관 없을 듯. 읽으면서 반전을 상상해 보시라.)

평화롭지만 이따금 괴물이 나오는 마을이 있다. 좀 어이가 없다. 이 마을 사람들은 숲에 들어가지 않으면 괴물도 마을로 내려오지 않는다고 믿는다. 처음에 이 영화는 뻔하고 지루하다. 뜬금없이 괴물이라니 하품이 날만큼 식상하다.

물론 이런 평화는 곧 깨진다. 결혼을 앞둔 한 남자가 칼에 찔려 죽게 된다. 평화로운 마을에 살인 사건이 터졌고 당연히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상황은 여기서부터 조금 재미있어진다. 이 남자를 살리려면 약이 필요한데 그건 이웃 마을에나 가야 있다. 이웃 마을로 가려면 괴물이 사는 숲을 지나야 한다. 평생을 괴물을 두려워 하면서 살던 마을 사람들에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 남자의 약혼녀, 아이비가 숲을 가로질러 이웃 마을에 간다. 아이비는 어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지만 어른들은 그를 말리지 않는다. 아이비와 그 또래의 청년들이 이 마을의 희망이고 이들이 직접 현실과 부딪히면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두가지 반전이 있다.

첫번째 반전은 괴물이 없다는데 있다. 괴물은 마을의 어른들이 꾸며낸 거짓말이다.

두번째 반전은 이 마을이 야생동물 보호구역 안에 만들어진 옛날 마을이라는데 있다. 이들은 여전히 19세기의 삶을 살지만 담장 너머 이웃 마을은 자동차가 다니는 20세기다. 괴물이 나오는 숲은 결국 현대 문명을 차단하는 보호막이었던 셈이다.

앞을 못보는 아이비는 숲을 가로질러 담장을 넘어 이웃 마을에 가서 약을 구해 온다. 마을의 비밀은 그대로 지켜진다. 주목할 부분은 반전의 효과다. 아이비가 담장을 넘었을 때 영화는 1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현재로 넘어온다. 그건 이를테면 ‘식스 센스’에서 당신이 사실은 유령이라는 걸 깨닫는 것과 같은 반전이다.

그 순간 관객들은 아스팔트 도로 위에 드리운 그 눈부신 안개를 본다. 그리고 왜 마을 어른들이 앞도 못보는 아이비를 내세워 약을 구하라고 보냈을까 뒤늦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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