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던 시멘트 업계가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끌어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시아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해 5년 연속 사상 최대의 실적행진을 이어가면서 막대한 현금을 확보했으나 신규설비 투자나 신규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채무를 상환하거나 향후 경기 위축에 대비, 현금을 보유키로 하는 등 보수적인 전략을 세우는 분위기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던 한일시멘트는 아직 자금운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부채비율이 30% 미만인 이 회사는 한때 넘치는 현금으로 2차전지 사업 등 비관련 다각화를 시도했다가 쓴 맛을 본 뒤로 신규사업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7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신규사업팀이 꾸려져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지만 더이상 비관련 다각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5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아세아시멘트도 지난해 신설한 용인 레미콘 공장에 설비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웠을뿐 남는 현금은 유보시킬 계획이다. 몰타르 사업 등 관련 다각화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신중한 태도다. 아세아시멘트도 지하철 광고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에이랩 등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906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대비 20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한 쌍용양회는 채권단과 협의에 따라 수익의 대부분을 부채 상환에 투입할 계획이다. 쌍용양회는 지난 2000년 4조원을 웃돌았던 부채를 해마다 크게 줄여 지난해 연말기준 1조4000억원 수준까지 줄였다. 부채비율은 %수준으로 낮아졌다.
1000억원이상 당기순이익을 거둔 성신양회도 새로운 투자계획은 없다. 대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격적인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배당규모는 액면가 대비 30%인 주당 1500원으로 270억원 규모에 이른다. 성신양회는 180% 수준인 부채비율을 한일시멘트나 아세아시멘트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동양시멘트는 당기순이익 814억원 가운데 500억원 이상을 유지보수와 설비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동양시멘트도 남는 현금을 전액 부채 상환에 투입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지보수에 해마다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업계 특성상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올해는 경기가 예년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top@journalismclass.mycafe24.com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