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감세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보수·경제지들도 지원 사격을 시작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취임 일성으로 ”저세율 정책이 대외 경쟁력에 유리하다”며 공격적인 감세 의지를 천명했다. 강 장관은 “낮은 세율은 투자와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투자와 소비는 다시 폭넓은 세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장관은 “우리처럼 법인세가 25%였던 대만도 18.5%인 홍콩과 조세경쟁을 벌이면서 지난해 법인세율을 17.5%까지 낮췄다”고 소개했다. 감세 혜택이 일부 대기업이나 부유층에게만 돌아가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종업원 임금 인상과 주주 배당 증가, 협력업체 배려 등으로 이어지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반박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매일경제다. 매일경제는 4일자 5면 <세계 추세와 거꾸로 가는 한국 세제/법인·소득세 낮추고 소비세 높여라>에서 “세계 각국이 앞 다퉈 법인세와 소득세를 완화하고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일부 강화하는데 매진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세율을 0%로 낮춰 법인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거들었다.
매일경제는 이에 앞서 지난달 22일자 4면 <각국 세율 낮춰 기업 끌어들이기 무한 경쟁>에서 “세계 각국은 직접세를 낮춰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고 기업들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당장 부족한 재정은 소비세로 채워나가는 추세”라는 최경수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조세 경쟁주의가 조세 동조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인용,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이 4.1%로 미국(3.1%)이나 프랑스(2.8%), 영국(3.4%)보다 높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30개 회원국 평균 3.7%를 크게 웃돌 뿐만 아니라 2004년(3.5%) 보다 비중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1억 원 이하는 13%, 1억 원 이상은 25%다. 미국은 35%, 프랑스는 33.3%, 일본과 영국, 독일은 30%다. OECD 평균은 26.7%다. 매일경제 등은 법인세율을 비교하지 않고 GDP 대비 비중을 비교하면서 교묘하게 논점을 피해간다. 싱가포르 등과 비교도 경제 구조와 규모를 감안할 때 대등한 비교는 아니다.
김우철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이는 법인세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랐기 때문으로 정작 영업이익 대비 법인세 비율이나 국세청 신고소득 대비 법인세 비율 등은 2000년 이후 하락세를 보여 개별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이는 외환위기 이후 전체 법인 수 자체가 늘어난데다 법인의 소득 규모가 커진 덕분이다. 실제로 1998년 이전 납부세액 기준 상위 100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했지만 2002년에는 64%로 약 2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는 이 보고서를 아예 기사화하지 않았다.
더 근본적으로는 법인세 인하가 과연 투자를 촉진하고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가능하다. 윤종훈 공인회계사는 “법인세수를 20% 줄이고 같은 금액에 대해 복지혜택을 축소시킬 경우 성장률을 0.066%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과연 이 정도의 효과를 기대하고 법인세를 내려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윤 회계사는 최근 경향신문과 대담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법인세를 내리면 당장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1%에 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투자계획을 세우겠다는 비율도 11%에 그쳤고 조사대상 기업의 60%는 내부유보금으로 남겨두겠다고 답변했다”는 이야기다.
더 중요한 쟁점은 직접세를 줄이고 간접세를 늘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누진 적용되는 직접세와 달리 간접세는 오히려 소득 재분배를 후퇴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고 가뜩이나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계층은 그 부담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0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조세 대비 간접세 비중은 44.8%로 OECD 평균 39%보다 훨씬 높다. 일본은 41.6%, 미국은 6.7%다. 보수·경제지들은 입맛에 맞는 통계만 골라 쓰면서 법인세와 소득세 등 직접세를 낮추고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과연 외국 기업들 유치도 늘어나느냐는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외국 기업들은 이미 세제 혜택을 받고 있고 법인세율 보다는 두 나라 사이의 조세 협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투자를 못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언론은 비판 보다는 정부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통계를 꿰 맞추기에 바쁜 모습이다.
다음 그림은 세목에 따라 전체 조세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다음은 GDP 대비 법인세 비중.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 법인세 부담이 꽤나 큰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다음 그림은 법인세율. 실제로는 오히려 낮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