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일련의 사진들은 중국 커뮤니티 사이트에 떠돌아다니는 해외 뉴스 사이트 캡쳐 화면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이 화면이 본문의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주석이다. 중국인들은 화면 속의 군인들이 중국 군인이 아니라 네팔이나 인도 군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티베트 자치구 라싸의 독립 시위나 무력 진압과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앰뷸런스를 중무장 군대라고 표기한 사진 캡션의 고의적인 실수를 지적하는 글도 눈에 띤다.
물론 이들의 지적은 상당 부분 옳다. 티베트 학살이라고 보도된 사진 가운데는 라싸가 아니라 네팔이나 인도 등의 티베트 자치구 사진이 많다. 해외 언론의 취재가 원천 봉쇄된 탓이지만 일부 사진들은 명백히 잘못된 엉뚱한 사진들도 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네팔 시위 진압장면을 라싸 상황으로 잘못 보도한 독일 RTL TV가 사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를 근거로 “해외 언론이 달라이 라마 폭도 집단의 확성기 역할을 하면서 객관성을 상실한 고의적 왜곡보도로 세계를 속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인들의 반응이다. 내부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지만 상당수 중국인들은 해외 언론의 왜곡 보도에 격앙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텐야(www.tianya.cn)에서는 해외 언론 보도와 관련, 부당한 내정 간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언론은 오히려 폭도들의 과격 시위를 비판하고 오히려 경찰의 피해를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내 여론도 표면적으로는 상당 부분 이들 언론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
인민일보는 26일 사설에서 모터사이클을 탄 한 남자를 공격해 죽게 만든 라싸의 폭도들에 대한 캐나다 언론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인민일보는 “인권과 윤리의 수호자인 척하는 서방 언론에게 과연 지구상의 어떤 법치국가가 이처럼 벌건 대낮에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두들겨 패고 불을 지르는 이런 과격한 시위를 용인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한편, 신화통신은 30일 2차 세계 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질 당시 영국 수상의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티베트가 중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루즈벨트가 “왜 티베트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느냐”고 묻자 처칠이 “티베트는 황제 시절부터 중국의 영토였고 지금은 중국 공화국의 영토”라며 “영국은 이에 관해 아무런 권리도 없다”고 답변했다. 신화통신은 이를 근거로 미국과 영국이 일찌감치 티베트가 중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티베트 사태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언론은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 독재 정부의 끔찍한 학살에 침묵했고 철저하게 정보는 차단됐다. 해외 언론 보도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 눈과 귀가 막힌 국민들은 광주 시민들의 희생을 폭도들의 난동 정도로 받아들였다. 진실이 온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고 광주가 남긴 교훈을 다시 고민하기까지는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중국인들의 해외 언론에 대한 불만과 분노, 그리고 티베트 문제와 관련한 정부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는 다분히 정보의 부족 또는 왜곡과 객관적인 시각의 부재에서 비롯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티베트 대량 학살의 책임은 일차적으로는 중국의 제국주의에서 비롯하겠지만 중국 정부의 여론 조작과 무엇보다도 언론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지 않거나 동조하고 국민들은 침묵하거나 방관하는 것으로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 : 惊!西方媒体竟然是这样做西藏事件新闻的! (텐야)
(언론의 여론 조작은 여전히 지금 대한민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천명한 이명박 대통령은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성장률 재고와 경쟁력 확충, 일자리 창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결국 보수 기득권 계층의 주머니를 불려주는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언론은 이명박 정부의 성장 이데올로기를 아무런 비판 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국민들은 과반수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아마도 비슷한 지지율로 한나라당을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