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동생네 놀러 가는 길인데 KTX 타는 곳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서 있었더라. 마침 우리가 타는 칸에 우루루 올라탔는데 아마도 입석인 듯. 자리에 앉지 않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러시아인들인 듯.

우리집 꼬맹이가 쫑알쫑알 떠들어서 아이고 미안해라, 하고 있던 참에, 앞에 앉은 러시아 아저씨가 뒤를 돌아보고 싱긋 웃더니 물범 인형을 뒤로 건넸다. 꼬마애는 우와, 하고 있고. 이걸 선물로 주는 건가? 갖고 놀라고 준 건가? 돌려줘야 하나? 하고 있는데, 외국인들이 우루루 내리기 시작했다. 아내가 뛰어가서 인형을 돌려주니, 손을 저으면서 선물이라고, 후다닥 내리는 바람에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신기했던 것은 두 가지.

열댓명 되는 외국인들이 왜 굳이 서울역에서 용산까지 KTX를 탔을까. 서울역에서 용산역까지 3분 남짓 걸리는데 요금은 8100원이나 된다. 게다가 서울역발 용산에서 멈추는 기차는 하루에 몇 대 안 된다.

러시아 아저씨는 왜 이 커다란 물범 인형을 여기까지 들고 왔을까. 그리고 왜 그걸 기차에서 만난 꼬마애에게 건넸을까. 러시아어로 적힌 태그를 구글 번역기로 돌려보니 바이칼 물범(Baikal Seal)이라고 한다.

바이칼 물범은 네르파(Nerpa)라고도 불리는데 바다표범이면서 민물에 사는 독특한 변종이다. 몸무게도 70kg으로 작고, 평균 수명은 52~56세. 어떻게 바다표범이 해발 450미터의 바이칼호에 살게 됐는지 의문이지만 아마도 빙하기 때 북극해와 연결돼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유력하다고. 참고로 지구 상의 얼지 않은 민물의 20%가 바이칼호에 담겨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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