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부회장은 22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많지만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있다”면서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에버랜드 주식을 4-5년 내에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삼성이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개정 금융산업법에 따라 삼성카드의 지분 25.6% 가운데 20.6%를 5년 안에 매각해야 하도록 돼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마치 이것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삼성의 의지를 보이는 새로운 것인 양 강조해 국민들을 기만했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해 친인척들과 계열사들 지분이 60%가 넘어 삼성카드가 손을 떼더라도 지배권에 거의 아무런 영향이 없다. 삼성은 정작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3%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는 당분간 그대로 두겠다는 이야기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삼성이 “은행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것과 관련해서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보험업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삼성생명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급결제기능을 포함한 실질적 은행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삼성의 의도는 이명박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발표한 것과 관련, 향후 에버랜드를 보험지주회사로 전환하고 현재의 출자구조를 근본적 변화 없이 그룹의 지배권을 유지·승계하겠다는 속내를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미 2005년부터 보험지주회사 설립을 검토해 왔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7.3%, 삼성물산의 지분을 4.8%, 삼성화재의 지분을 10.0%씩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다. 이 회장 일가는 에버랜드와 삼성문화재단, 삼성공익재단 등을 통해 삼성생명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만약 보험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고 금산분리 원칙까지 완화되면 에버랜드 대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그 과정에서 이 회장 일가의 지분이 새로운 지주회사로 옮겨가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고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해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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