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올해 초 미디어다음 초청으로 제주도에 갔다 왔다. 블로거 기자상 시상식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는데 원래는 첫날 회의와 뒷풀이에 얼굴만 비추고 빠져 나와서 다음날 한라산에 오를 생각으로 등산 장비를 몽땅 챙겨갔다가 뒷풀이가 길어지는 바람에 결국 쿨쿨 늦잠을 자버렸다. 어찌나 민망하고 한심하던지. 다음 날 저녁 비행기를 탈 때쯤에야 겨우 술이 깨는 느낌이었다.
한라산은 멀리서 구경만 했지만 아쉬운 대로 고준성님의 안내로 제주도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수백년 된 비자나무가 가득한 비자림 공원에 들렀다가 용눈이 오름에 올랐다가 섭지코지에 가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곳에서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었던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과연 정말 지금까지 먹은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는 음식일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지만 결코 과장이 아니란 걸 확신할 수 있다.
혹시라도 제주도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들러보시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성산 일출봉이 건너다 보이는 전망 좋은 ‘해녀의 집’이다. 해녀 아주머니들이 당번을 정해 식당 일을 보시는 듯 벽에는 길다란 당번 표가 붙어 있었다. (싸구려 관광지로 바뀌어 가는 섭지코지에서 이 집이 과연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겡이죽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전복죽 또는 오분작이죽이나 먹고 가겠지만 겡이죽은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찾아와서 먹는 특별 메뉴다. 겡이는 게의 제주도 사투리다. 게를 통째로 갈아서 볶은 쌀과 함께 끓여서 만든다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었다. 행복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그런 음식점과 그런 메뉴다.
해녀들이 다리뼈 아픈데 좋다고 즐겨 먹던 민간 식이요법이기도 하다. 만드는데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아래는 ‘제주의 민속’이라는 책에서 발췌. 4권 224페이지.
“바닷가에서 깅이(겡이)를 잡아다 절구에서 빻는다. 물을 섞어서 체에 국물을 내린다. 이 과정을 2~3번 반복하면 깅이즙이 내린 국물이 생긴다. 불려논 쌀에 이 국물을 붓고 저으면서 죽을 쑤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차조를 이용하기도 한다. 허약체질을 보신하는데 좋고 신경통에도 좋다.”
저도 제주도에 여행갔을 때 해녀의 집에 들러 죽을 먹었었는데.. 그때는 전복죽과 조개죽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빠듯한 여행일정에 식사를 재대로 못하고 있다가 먹었던 전복죽, 조개죽 모두 맛도 좋고 양도 푸짐해서 기억이 나네요.
겡이죽을 알았다면 꼭 먹어봤을텐데 말이죠. 다음번에 다시 제주도에 방문하면 먹어봐야 겠습니다.
겡이죽 소감을 이제야 남기시다니.. ㅎㅎ 제주 한번 더 오시면, 또 모시고 가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