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시는 새(Drinking Bird)’는 인류가 만든 물건 가운데 가장 영구기관에 가까운 물건이다.

기본 원리.

  • 두 개의 공이 유리 관으로 연결돼 있고 메틸렌클로라이드(Methylene Chloride)가 담겨 있다. 아령 같은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 메틸렌클로라이드는 끓는 점이 섭씨 49.6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상온에서도 쉽게 증발하는 액체다.
  • 메틸렌클로라이드를 밀페된 공간에 담아두면 온도 차이에 따라 엄청난 압력 차이가 발생한다.
  • 만약 머리가 차가워지면 머리에 담겨 있던 메틸렌클로라이드 기체가 액화되면서 압력이 낮아지고 몸통에 담겨 있던 메틸렌클로라이드 액체가 빨려 올라가면서 머리가 무거워진다.
  • 조금씩 머리가 무거워지다가 무게중심이 넘어가면 딸깍하고 고개를 쳐박게 된다.

‘물 마시는 새’의 진실.

  • 핵심은 머리와 몸통의 온도 차이다. 온도 차이가 압력 차이를 만들고 액체를 밀어 올린다.
  • 실제로 물을 마시는 건 아니지만 머리에 물을 적셔주면 물이 식으면서 머리가 차가워진다.
  • 실제로는 머리가 앞으로 꺾일 때 유리관이 수평이 되면서 머리와 몸통의 압력 차이가 같아지고 그 순간 액체가 다시 몸통으로 쏟아지면서 다시 머리를 쳐들게 된다. 그리고 무한 반복.

‘물 마시는 새’의 비밀.

  • 물컵은 페이크다. 일단 머리가 젖어있기만 하면 마를 때까지 작동한다.
  • 머리와 몸통의 온도 차이는 실내 온도나 습도에 따라 다르지만 3~5도까지 차이가 난다.
  • 메틸렌클로라이드는 비열이 0.96 J/g·K다. 물이 4.18J/g·K니까 대략 4분의 1 수준이다. 온도가 빨리 오르고 빨리 식는다. 팽창과 응축도 빠르다.
  • 3~5도 차이면 머리와 몸통 사이에 5~10 kPa 정도 압력 차이가 발생한다. (참고로 대기압은 101.3 kPa.)

‘물 마시는 새’는 영구기관인가.

  • 당연히 아니다.
  • 영구기관은 외부의 에너지 공급 없이 스스로 운동해야 한다.
  • ‘물 마시는 새’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 받기 때문에 영구기관이 아니다. 일단 계속 물을 공급해야 작동한다.
  • 잘 해봐야 몇 달이나 몇 년까지 돌 수는 있지만 닳아서 부서질 수도 있고 썩거나 녹아내릴 수도 있고 당연히 영원히 작동할 수는 없다.
  • 영구기관까지는 아니지만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은 장치인 건 맞다.

열역학 1법칙.

  • Δ U = Q(들어온 열) – W(한 일)
  • 열역학 1법칙은 고립계의 에너지는 일정하다는 원칙이다. ‘물 마시는 새’는 고립계는 아니다. 외부에서 에너지(물)가 계속 공급돼야 작동한다.
  • 기화열이 운동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머리가 물에 닿아 차가워지는 만큼 주변 지구(공기)는 더 뜨거워진다.

‘물 마시는 새’로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 ‘물 마시는 새’는 증발 에너지를 저주파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어쨌거나 물 몇 방울이면 계속 움직이니 전기를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 실제로 홍콩폴리텍대 등에서 실험을 했다. “Drinking-bird-enabled triboelectric hydrovoltaic generator”라는 제목으로 공개돼 있다.
  • DB-THG는 드링킹 버드-마찰전기 수력 발전기(triboelectric hydro-voltaic generator)의 줄임말이다. 회전 축에 정전기를 유도하는 원판형 필름을 달아 최대 100V에 피크 전력 40mW를 만들었다. 평균 출력은 0.4 μW, 에너지는 시간당 1.4mJ 정도다.
  • 대략 100ml의 물로 50시간 동안 0.65J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지만 스마트폰 한 대를 충전할 때 필요한 에너지가 대략 1만J 정도니까 대략 822년을 굴려야 가능하다.
  • LCD 패널이나 작은 전자 기기를 구동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지만 일상 생활에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물 마시는 새’를 100마리 연결한다면?

  • 기존의 증발형 발전 장치보다 효율이 180배 높지만 여전히 출력이 낮아 큰 의미는 없다.
  • 여러 대를 모아서 효율을 높일 수도 없고 크기를 키운다고 파워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 100미터 짜리 ‘물 마시는 새’를 만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증발량은 표면적에 비례하는데 크기가 커지면 표면적보다 부피가 더 커져서 효율이 떨어진다. 무게도 무거워지고 속도도 느려진다.

기화열.

  • 물이 증발하거나 얼음이 녹을 때 잠열(Latent Heat)이 발생한다. 100도에서 물이 끓기 시작하면 온도가 오르지 않으면서 에너지가 이동하는데 물 1g이 증발할 때 2260J의 열을 빼앗는다.
  • 가스레인지로 물을 끓일 때 물이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처럼 ‘물 마시는 새’의 머리에서 물이 증발(기화)할 때 머리 안의 온도가 낮아지면서 메틸렌클로라이드 기체가 액화한다.
  • ‘물 마시는 새’는 습도와 온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습도가 높으면 증발이 느리니 속도가 줄어든다. 섭씨 25°C에서 가장 효율이 좋았다.

증발 에너지의 잠재력.

  • 태양 복사 에너지의 50%가 증발 에너지다. 무궁무진한 에너지지만 효율적으로 변환하는 기술이 없다.
  • 복사 에너지는 평균 340 W/m², 지구 반지름이 6371km. 전체 면적은 5.1×10^14㎡. 전체 에너지는 173.4PW. 인류의 전력 소비의 1만 배 정도다.
  • 증발구동엔진(evaporation-driven engines)이나 증발 전지(evaporative cell) 같은 기술이 있지만 아직은 출력 μWh 수준에 전력도 mWh 수준이다.
  • 증발 에너지는 엄청난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한계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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