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이면 지금 쓰고 있는 PC를 모두 내다 버려야할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PC 운영체제, 윈도우즈 비스타를 설치할 생각이라면 말이다. MS가 비스타를 설치할 수 있는 최소 사양이라고 공개한 ‘비스타 케이퍼블 PC’는 800MHz의 프로세서와 512MB의 기본 메모리, 다이렉트X 9를 지원하는 그래픽카드가 기본이다.
그렇지만 비스타를 제대로 돌릴 수 있는 적정 사양을 갖춘 ‘비스타 프리미엄 레디 PC’는 1GHz의 프로세서와 1GB의 기본 메모리에 다이렉트X 9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래픽카드의 메모리만 별도로 128MB가 이상이 돼야 한다. 게다가 하드디스크 용량도 최소 40GB. DVD로 설치되기 때문에 DVD 드라이브도 필수다.
윈도우즈 비스타는 내년 1월에나 출시될 예정이지만 이런 까닭에 벌써부터 PC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윈도우즈 XP가 출시된 게 벌써 5년 전. PC 경기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고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굳이 PC를 바꿀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사양을 요구하는 윈도우즈 비스타가 출시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윈도우즈 비스타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3차원 그래픽을 보여주는 ‘에어로 글래스(Aero Glass)’.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떠다니는 유리’ 정도의 의미가 될 텐데, 비활성창을 투명하게 만든다거나 여러 창들을 3차원으로 배치하고 전환할 때마다 창의 크기가 달라지는 등의 애니메이션 효과도 있다. 지금까지의 윈도우즈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화면 구성이다.
문제는 웬만한 사양으로는 이 ‘에어로 글래스’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시장조사업체인 존페디리서치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지금 쓰고 있는 PC의 절반 이상이 ‘에어로 글래스’에 적합하지 않다. 윈도우즈 비스타 출시와 맞물려 그래픽카드의 신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이드쇼’라는 기능도 PC의 구조를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보조 액정화면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별도의 전원을 쓰기 때문에 PC를 켜지 않고도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고 전자우편이나 간단한 메모를 확인할 수도 있다. 노트북 PC의 경우는 겉면에 데스크톱 PC의 경우는 키보드의 위쪽이나 무선 리모콘에 보조 액정화면을 장착할 수도 있다.
또한 ‘사이드바’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와이드 화면이 필요하다. ‘사이드바’란 바탕화면의 왼쪽이나 오른쪽에 간단한 응용 프로그램을 띄우는 기능이다. 이곳에서 실시간 뉴스 업데이트나 사진 슬라이드 쇼를 볼 수도 있고 달력이나 스티커 메모 등을 띄워놓을 수도 있다. 그러려면 옆으로 넓은 화면이 당연히 훨씬 더 편리하다.
이밖에도 파일 검색 기능이 크게 강화된 것도 돋보인다. 지금까지 윈도우즈의 검색 기능은 느리고 답답해서 거의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윈도우즈 비스타에서는 첫 글자만 입력해도 바로 그 글자로 시작되는 프로그램과 파일의 목록이 주루룩 뜰 정도로 빨라졌다. 파일 이름뿐만 아니라 문서 파일 내부의 단어들까지 검색할 수 있다.
윈도우즈 비스타와 거의 동시에 출시될 예정인 MS 오피스 2007도 화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자랑한다. 메뉴를 선택하면 서브 메뉴가 커다란 아이콘으로 뜨고 이곳에 마우스를 갖다 대기만 해도 본문이 자동으로 바뀌기 때문에 어렵고 복잡한 기능을 훨씬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미리보기 기능이 본문에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결국 문제는 이 모든 멋진 기능을 활용하려면 엄청난 사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와이드 모니터와 최고 성능의 그래픽 카드는 기본이고 보조 액정화면까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메모리가 충분해야 한다. MS는 ‘비스타 프리미엄 레디 PC’의 사양으로 1GB를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2GB 정도는 돼야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윈도우즈 비스타에는 외부 메모리를 쓸 수 있는 슈퍼 페치 등의 기능도 있다. 간단히 USB 메모리 드라이브를 슬롯에 꽂는 것만으로 메모리를 늘릴 수 있는데 운영체제에서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하드웨어에서 이를 지원해 줘야 한다. 결국 적당히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메인보드까지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다.
PC와 주변기기 제조업체들은 벌써부터 신바람이 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 TG삼보컴퓨터, 주연테크, 대우루컴즈, 에이텍 등의 PC 제조업체들은 윈도우즈 비스타 출시에 앞서 MS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대기 수요를 최대한 끌어내기로 했다. 내년 3월까지 계속될 프로모션 행사 기간 동안 PC를 구입한 고객들은 윈도우즈 비스타를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박준석 이사는 “이번 익스프레스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첨단 윈도우 비스타를 최소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윈도우 비스타가 탑재된 PC가 출시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던 대기 수요를 끌어내 PC 경기 회복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굳이 PC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윈도우즈 비스타의 공식 출시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데다 PC 제조업체들도 아직 준비가 안 된 상황이다. 높은 사양의 PC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딱히 윈도우즈 비스타에 최적화돼 새로운 기능을 충분히 구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윈도우즈 비스타의 효용에 대한 의문도 있다. 화려하고 조금 더 편리하긴 하지만 그래서 꼭 이런 높은 사양의 PC를 새로 구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정보기술 잡지 ‘와이어드’는 “500달러짜리 컴퓨터에 100달러짜리 그래픽 카드를 추가해야 한다면 대부분 사용자들이 선뜻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윈도우즈 비스타의 등장은 10여년 전 윈도우즈 95가 불러왔던 PC 업그레이드 열풍과는 그래서 조금 다르다. 그 무렵, 윈도우즈 95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윈도우즈 95로 옮겨가는 게 필수적이었지만 지금 윈도우즈 비스타는 선택사항일 뿐이고 언뜻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업무용 PC에 3차원 그래픽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일부에서 이번 프로모션 행사를 두고 윈도우즈 비스타 출시 이전에 구형 PC들을 처분하는 행사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싸다고는 하지만 몇 달 지나면 구닥다리가 될 PC를 지금 구입해야할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PC 제조업체들은 다가올 대목을 기대하면서도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이정환 기자 top@journalismclass.mycafe24.com
비스타 할인판매 관련해서 말이 많더군요.. 광고는 대대적으로 하지만 실제 적용되는 노트북은 별로 없다고. 일단 무조건 된다면서 팔아놓고 말 바꾸는 경우도 많구요.
뭐 기계 파는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죠..
양치는 소년이 좀 떠벌려 줘야 동네 어르신들이 준비도 하시고 할테니까..
저런걸 하려면 돈 깨나 깨지겠어… 걍 xp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