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비스타를 설치할 수 있는 최소 사양이라고 공개한 ‘비스타 케이퍼블 PC’는 800MHz의 프로세서와 512MB의 기본 메모리, 다이렉트X 9를 지원하는 그래픽 카드가 기본이다. 그러나 실제로 테스트해본 결과 이 정도 사양으로는 거의 아무런 작업도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설치가 가능한 최소 사양일 뿐이라고 보는 게 맞다.
테스트에 쓴 노트북 PC는 HP의 컴팩NX6320이다. 1.66GHz의 코어2듀오 프로세서에 메인 메모리가 512MB로 ‘비스타 케이퍼블’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구입할 때 기본으로 윈도우 XP가 설치돼 있었는데 그때는 펄펄 날던 시스템이 하드 디스크를 포맷하고 윈도우 비스타를 설치하고 난 뒤로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무엇보다도 그래픽 메모리의 한계가 두드러졌다. 이 노트북 PC의 그래픽 메모리는 64MB, 이 정도면 윈도우 XP 시절에는 무난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윈도우 비스타의 가장 매력이라는 에어로 글래스 기능을 활성화시키자 거의 아무런 작업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심지어 키보드 입력은 물론이고 마우스 커서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
메모리가 부족한 탓인지 과거 윈도우 95나 98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블루 스크린도 자주 나타났다. 보안 경고 메시지가 뜰 때는 화면이 어두워지는데 컴퓨터가 잠깐 멈추는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느려지기도 했다. 메모리 오류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컴퓨터가 다시 부팅되는 경우도 많았다. 에어로 글래스 기능을 껐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제어판에서 확인한 윈도우 체험지수는 2.1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프로세서가 4.7, 메모리는 2.9, 그래픽은 2.1, 게임 그래픽은 3.0,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전송 속도는 4.8로 나왔다. 가장 낮은 점수가 전체 시스템의 속도를 결정하는 셈인데 이 노트북 PC의 경우 역시나 그래픽 메모리가 가장 문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체험지수가 1이나 2인 컴퓨터는 사무용이나 인터넷 검색 등의 용도로 활용하기에 적당하다. 윈도우 비스타의 새로운 기능을 써보려면 3이나 4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러나 역시 해상도가 1280×1024 이상의 해상도나 다중 모니터에서는 비스타 테마를 돌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체험지수 4 미만에서는 HDTV 화질 수준의 콘텐츠를 재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비스타의 모든 새로운 기능과 3D 게임, 고화질 멀티미디어 파일을 자유롭게 즐기려면 체험지수가 5 이상은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비스타 케이퍼블 PC’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윈도우 비스타를 제대로 돌릴 수 있는 적정 사양을 갖춘 ‘비스타 프리미엄 레디 PC’는 1GHz의 프로세서와 1GB의 기본 메모리에 다이렉트X 9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래픽 메모리만 별도로 128MB 이상이 돼야 한다. 게다가 하드디스크 용량도 최소 40GB. DVD로 설치되기 때문에 DVD 드라이브도 필수다.
윈도우 비스타에서는 CPU보다는 메모리, 특히 그래픽 메모리가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크게 좌우한다. 전문가들은 메모리가 최소 2GB 이상이 돼야 하고 장기적으로 4GB 정도는 돼야 다이렉트X 10 기반의 최신 3D 게임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 메모리도 256MB 이상은 돼야 넉넉하다.
윈도우 XP가 점으로 화면을 표시했다면 비스타는 선으로 화면을 표시한다. 점으로 표시하는 방식을 비트맵 방식이라고 하고 선으로 표시하는 방식을 벡터 방식이라고 하는데 3차원 화면을 구성하기에는 당연히 벡터 방식이 유리하다. 윈도우 XP보다 두 배 이상의 그래픽 메모리가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지난해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그래픽 카드가 에어로 글래스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에어로 글래스란 비활성창을 투명하게 비치도록 만든다거나 여러 창들을 3차원으로 배치하고 전환할 때마다 창의 크기가 달라지기도 하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말한다. 지금까지의 윈도우와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화면 구성이다.
사양이 안 따라주는데도 굳이 윈도우 비스타를 쓰고 싶다면 일단 메모리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윈도우 비스타는 버전에 따라 최대 128GB까지 메모리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그래픽 카드의 경우는 아예 통째로 바꾸는 수밖에 없다. 부분 업그레이드가 안 되기 때문에 새 컴퓨터를 구입할 때는 그래픽 카드를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최후의 대안으로 에어로 글래스 기능을 끄고 클래식 테마를 지정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딱히 윈도우 비스타를 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겠지만 일단 윈도우 비스타의 새로운 기능들을 체험해볼 수는 있다. 보안 기능을 해제하는 것도 메모리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지만 결코 추천할 만한 대안은 아니다.
메모리 가격이 부담 된다면 USB 메모리나 CF메모리 카드 등의 외부 메모리를 활용해 임시로 메모리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레디부스트라는 기능이다. 하드 디스크의 일부를 가상 메모리로 쓰던 슈퍼페치 기능을 강화시킨 것인데 하드 디스크보다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유용하다. USB 메모리를 슬롯에 꽂는 것만으로도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테스트 과정에서는 2GB USB 메모리를 꽂아 레디부스트 기능을 적용시켰는데 속도가 훨씬 빨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에어로 글래스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는데 애니메이션 효과는 여전히 볼 수 없었다. 메인 메모리는 늘어났지만 역시 그래픽 메모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픽 카드의 사양이 전체 시스템의 속도를 좌우한다는 이야기다.
이밖에도 사양이 따라주지 않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능들도 많다. 먼저 윈도우 비스타의 사이드바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와이드 모니터가 필요하다. 사이드바는 화면 오른쪽에 시계나 날씨, 실시간 뉴스, 계산기 등 간단한 프로그램을 띄울 수 있는 공간을 말하는데 기존의 4 대 3 비율의 모니터에서는 오히려 작업 공간을 비좁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사이드쇼’라는 기능은 아예 PC의 구조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보조 액정화면이라고 생각하면 쉬운데 별도의 전원을 쓰기 때문에 PC를 켜지 않고도 음악 파일을 재생할 수 있고 전자우편이나 간단한 메모를 확인할 수도 있다. 노트북 PC의 경우는 겉면 덮개에, 데스크톱 PC의 경우는 키보드의 위쪽이나 무선 리모콘에 보조 액정화면을 장착할 수 있다.
아수스가 CES 2007에서 사이드쇼를 지원하는 노트북 W5Fe를 내놓은데 이어 엘렉센이라는 회사는 옷이나 가방에 액정화면을 부착해, 윈도우 비스타의 사이드쇼를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시연하기도 했다. PC의 한계를 뛰어넘은 참신한 아이디어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PC 가운데 사이드쇼를 지원하는 제품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얼리어댑터가 아니라면 굳이 새로운 PC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윈도우 비스타를 실행시킬만한 사양의 PC는 너무 비싸다.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지만 에어로 글래스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노트북의 경우 거의 두 배 이상 가격을 치러야 한다. 윈도우 비스타의 안정성이나 호환성도 아직은 문제가 많다.
적당히 어설픈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 아니라 최고 사양으로 갈아타는 게 낫고 특히 그래픽 카드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급한 게 아니라면 윈도우 비스타의 3차원 그래픽을 완벽하게 지원할, 좀 더 낮은 가격의 새로운 그래픽 카드가 출시될 때를 기다리는 것도 좋다. 그때쯤이면 메모리 가격도 좀 더 낮아질 테니까.
이정환 기자 top@journalismclass.mycafe24.com
그러게요… 전 3년된 셈프론 2800에 램 512로 잘 놀고 있는데, 올 연말쯤 갈아타려구요. 그때쯤이면 비스타 버그도 큼지막한 건 다 잡혔을테고, 돈도 좀 모였겠죠.
문제는 그때 지르려는 게 맥북프로라는 사실. 쿨럭~ 라데온 X1600 성능이 영 말이 많던데… 뭐 문제 없겠죠?
TEST다, 정환아 삭제해줘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
하하…..최소 메모리 2G라니……어느 전문가가 그런 소릴 합니까? 1기가 메모리로 RTM 버전이 무리 없이 돌아감을 여러 사람들의 체험수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비스타를 실제로 사용해본 사람들 사이에선 “생각보다 가볍게 동작하며 게임을 하기위해서는 2G가 필요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지금 쓰신 것 처럼 일반적인 작업환경에서도 2G가 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무겁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체험으로도(RC1, RC2, RTM) 1기가 환경에서 문제가 없었으며 게임을 제외하고 비교적 무겁다고 생각되는 포토샵CS2 등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비스타만 설치했을 때 하드에서 차지하는 용량은 7~9기가 수준입니다. 본문에서 쓰신 최소 40기가라는 언급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나도 충분하네요.
에어로 글래스도 기능을 꺼도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가 이미 오래 전에 났었습니다.
이 외에도 전체적으로 비스타에대해 불필요하게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인 서술을 하셨다고 생각됩니다.
비스타는 무슨 3d게임인가요;
2Gb 메모리에 X1950pro를 준비해놨기에 다행이지 예전에 쓰던 컴퓨터 계속 썼으면 큰일날 뻔했네;
리뷰마다 좀 차이가 있네요.. 아직 초기라서 기기를 많이 가리는 걸까요..
지금 당장 RAM만 1G 이상으로 늘려보세요.
비스타도 XP만큼 부드럽게 돌아갑니다.
전 NX6230보다 하위 모델인 NX6125에서도 XP만큼 가볍게 쓰고 있습니다.
노트북의 내장그래픽카드에서 도대체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기대하신건진 모르겠지만 제 경험상으로는 CPU 2GHz 이상, RAM 1G 이상, Radeon 9000급 이상이면 비스타도 XP와 별 차이없이 돌아갑니다. -_-;
이정도 스펙은 P4급 이상 사용자라면 다들 거의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스펙이죠. RAM만 512에서 1G로 올리면 끝나네요.
최신 3D게임을 돌리려면 XP에서도 고사항의 스펙이 필요하신건 알고 계시죠?
악플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기사 내용이 상당히 실망스럽내요.
어짜피 OS를 새로 만들어 파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3~5년 이상을 내다 봐야 되는데, 앞으로 나올 컴퓨터의 사양에 기준을 맞추어 놓았겠죠… 기존 컴퓨터야 이미 다른 OS(XP) 깔려 있을거고, 또 다시 OS 사는 사람은 없을거고…어둠의 경로로 구하는 사람까지 챙기지는 않겠죠..
어짜피 OS를 새로 만들어 파는 입장에서는 앞으로 3~5년 이상을 내다 봐야 되는데, 앞으로 나올 컴퓨터의 사양에 기준을 맞추어 놓았겠죠… 기존 컴퓨터야 이미 다른 OS(XP) 깔려 있을거고, 또 다시 OS 사는 사람은 없을거고…어둠의 경로로 구하는 사람까지 챙기지는 않겠죠..
이정환닷컴 회원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제조회사 HP Business 제조년월 2007년 01월
CPU 제조사 인텔 CPU 종류 (인텔)코어2듀오(메롬)
CPU 속도 T5500(1.66GHz) LCD 크기 15인치
LCD 해상도 1024×768
RAM 512MB HDD 80GB
ODD COMBO VGA Intel GMA950
NX6320의 기본 사양이네요
테스트컴으로는 사양이 좀 구려~~
이정환 기자가 좋아하는 카트도 잘 못하겠는걸 ^^
콘로(6300)에 램1기가 글픽 기본 128MB PCI – EX
정도가 적당한 테스트컴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리고 비스타는 구형 피씨 OS가 아님
현재 팬티엄 쓰리 1G, 640메모리, 20기가하드에, DVD-rom은 네티워크로 물려서 설치 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좀 과장된 면이 많습니다. 문서작성, 메신저, 인터넷 서핑, 이메일 주고받기 등등 무리 없이 잘 쓰고 있습니다.
결론 : 비스타 팬티엄 쓰리에서도 잘 돌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