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인터넷으로 여자친구와 무료 통화하기.

인터넷 전화가 공짜거나 매우 싸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안다. 그러나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마다 컴퓨터를 켜고 헤드셋을 뒤집어쓴 다음 마우스를 움직여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야 한다는 건 꽤나 번거로운 일이다. SMC의 와이파이 스카이프 폰, WSKP100은 이런 불편함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컴퓨터가 없이도 마치 휴대전화를 쓰는 것처럼 인터넷 전화를 쓸 수 있도록 해준다.

와이파이 스카이프 폰이란 무선 랜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스카이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화기라는 의미다. 스카이프는 회원 수가 1억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다. 인터넷 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스카이프 회원들끼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무료로 통화할 수 있고 스카이프가 아닌 일반 전화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 때도 시내전화 수준의 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스카이프의 통화요금은 발신지역과는 무관하고 수신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 어디에서나 미국으로 전화를 걸 때면 부가세를 포함, 1분에 24.0원만 부담하면 된다. 우리나라로 전화를 걸 때는 일반 전화의 경우 22.1원, 휴대전화의 경우 83.4원이다. 우리나라 휴대전화로 걸 때보다 미국으로 걸 때가 더 싸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이고, 영국이나 프랑스, 호주 등 인터넷 망이 잘 돼 있는 곳은 대부분 1분에 24원 미만이다.

WSKP100의 외형은 구형 휴대전화와 비슷하다. 버튼이 조잡해 보이고 1.8인치, 6만5천컬러의 LCD 액정화면은 해상도가 128×160, 최신 휴대전화에 크게 못 미치지만 전체적으로 독특하면서도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준다. 착탈식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있어 대기 시간이 최대 30시간, 연속 통화는 최대 3시간까지 가능하다. USB 케이블로 컴퓨터에 연결하거나 220V 전원 어댑터를 써서 충전할 수 있다.

특히 리눅스 운영체제와 스카이프 전용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는 것도 돋보인다. 전원을 켜면 접속 가능한 무선 인터넷 액세스 포인트 목록이 주루룩 뜬다. 액세스 포인트를 골라 접속하면 곧바로 스카이프 로그인 메뉴가 뜨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는 준비가 끝난다. 처음 접속할 때 로그인 정보를 저장해두고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로그인 되도록 할 수도 있다.

일단 스카이프에 접속하고 나면 액세스 포인트의 반경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휴대전화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다. 굳이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스카이프의 친구 목록이 그대로 공유되기 때문에 어떤 친구가 접속 가능한 상태인지 액정화면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인스턴트 메신저가 휴대전화 액정화면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다만 문제는 실외에서 접속할 수 있는 액세스 포인트가 많지 않다는 것. 대부분의 무선 랜의 반경이 30m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신호가 끊기거나 신호는 잡히지만 유료 서비스거나 보안이 걸려 있어 접속이 아예 차단된 경우도 많다. 공공장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는 무선 인터넷 공유기가 설치된 집이나 사무실 안에서 쓰는 용도로 만족하는 게 좋다.

WSKP100은 지난해 출시된 벨킨의 F1PP000GN-SK와 외형이나 기능이 거의 비슷하다. 다만 가격이 조금 더 싼 데다 무선 인터넷 공유 서비스, 폰에 접속하는 기능이 기본 내장돼 있다는 게 다르다. 라포네라를 구입하고 폰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이라면 폰 액세스 포인트에 접속하기가 훨씬 편리하다. 해외에 나가있는 친척이나 친구와 통화할 때, 통신요금이 부담스러운 연인끼리, 출장이 잦은 비즈니스맨들에게 필수 아이템이다. 소비자 가격은 14만8천원.

이정환 top@journalismclass.mycafe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