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PC는 어정쩡하다. 노트북도 아니고 PMP도 아니고. 자판 입력은 불편하고 화면도 작다. 들고 다니기는 편하지만 가격이 또 만만찮다. PMP를 사느니 조금 더 보태서 UMPC를 사는 것도 좋겠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래는 라온디지털의 베가 사용 후기. 굳이 평점을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87점 정도. 현재까지 나온 UMPC 가운데 가격 대비 성능은 최고.

지난해 3월, 빌 게이츠가 오리가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UMPC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이 조그만 PC는 딱히 매력이 없었다. UMPC는 울트라 모바일 PC의 줄임말이다. 빌 게이츠는 PDA(개인휴대단말기)와 노트북 PC의 중간 크기에 하루 종일 쓸 수 있는 배터리, 500g 미만의 가벼운 태블릿 PC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UMPC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들은 그가 말한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일찌감치 가볍고 날렵한 서브 노트북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그 무렵 UMPC는 딱히 훨씬 더 가볍지도 더 편리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키보드가 달려 있지 않아 자판 입력이라도 하려면 터치펜을 들고 좁은 화면과 씨름을 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배터리가 2.5시간을 버티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 울트라 ‘조루’ PC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게다가 가격도 무려 1200달러. 괜찮은 노트북 한 대를 장만하고도 남을 가격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배터리는 3시간을 조금 넘는 정도고 무게도 800g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정도면 주머니 속에 쏙 집어넣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 배터리가 떨어지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피곤한 일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이름만 울트라 모바일일뿐 모바일 환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런 UMPC들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런 맥락에서 라온디지털 베가는 돋보이는 제품이다.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배터리가 최대 6시간 지속되고 무게는 480g 밖에 안 된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68만원으로 현재 출시된 UMPC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PMP(포터블무비플레이어)나 내비게이션을 살 돈에 조금 더 보태면 UMPC를 장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크기나 무게, 가격까지 고려해도 이 정도면 본격적인 UMPC라고 할 만하다.

UMPC의 매력은 직접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것. USB 슬롯에 무선 랜이나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와이브로 어댑터를 꽂으면 인터넷에서 바로 파일을 내려 받아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PMP를 써 본 사람들은 매번 PC에 연결해서 파일을 옮겨 담는 과정이 얼마나 불편한지 절감할 것이다. UMPC는 아예 PMP 크기로 축소된 PC다. 인터넷 서핑은 물론이고 메일 확인이나 스트리밍 동영상 재생도 가능하다.

운영체제로 윈도우XP가 기본 설치돼 있어 PC나 노트북에서 하던 작업을 그대로 할 수 있다는 것도 UMPC만의 매력이다. 터치 스크린으로 입력하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많지만 텍스트 입력 보다는 이동 중에 파일을 열어보거나 MP3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고 프로젝터나 다른 디스플레이 장치에 연결해 쓰는 용도라면 노트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크기도 정장의 포켓 주머니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다.

PC나 노트북에서 쓰는 USB 어댑터들도 그대로 쓸 수 있다. DMB 어댑터를 꽂으면 이동 중에도 DMB 방송을 볼 수 있고 내비게이션 어댑터를 꽂고 거치대에 얹으면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어댑터들은 모두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무선 랜이나 HSDPA, 와이브로 역시 내장형이 아니라 외장형 어댑터를 써야 한다.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유선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점은 아쉽다.

빌 게이츠가 이 UMPC를 보면 뭐라고 할까. 가격이나 크기, 배터리 지속시간은 만족스럽지만 네트워크 기능이 내장돼 있지 않은 점을 아쉬워 할 것이다. 디자인은 딱히 빌 게이츠 취향은 아니지만 다른 제품들과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화면 해상도가 낮고 약간 두꺼운 게 흠이지만 많은 기능을 담으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을 듯.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신할 인터페이스는 효율적인 편이다. 그래도 불편하다면 USB 키보드를 연결할 수도 있다.

이정환 기자 top@journalismclass.my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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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Comment

  1. 웹기획자로 일하고 있고 인터넷을 사용한지 10년이 넘어갑니다만, 이상하게도 여전히 바깥에서 인터넷을 쓸 필요성은 그다지 느끼질 못하고 있네요.. 지하철 등으로 이동중에도 여전히 책이 더 매력적이고.
    역시 난 아날로그형 인간인가?
    아무튼 이 제품은 스펙만으로 봤을 땐 매력적으로 보이네요. 올해는 디지털화를 해볼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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