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 톺아읽기] 미분양 아파트 정부 매입, 주요 언론 일제히 반발… 파격적인 규제 완화 요구.

최근 김광수경제연구소는 6개월 이내에 부동산 가격 폭락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다음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광수 소장의 이야기다.

“부동산 가격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 최근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그 증거다. 정부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한 차례 폭락이 지나고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면 그때 사들여서 임대주택으로 내놓으면 된다. 생각해 봐라. 월세 20만원짜리 아파트를 정부가 풀기 시작하면 누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사겠는가.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고통이 없을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상처를 드러내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건설회사들 도산은 불가피하고 막차를 탄 투기세력들도 손해를 감당해야 한다.”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계속 이슈다. 정부는 20일 지방 투기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1일 아침 주요 일간지들은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공통된 논조를 종합하면 정책 실패를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려한다는 것,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미분양 사태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좀 더 파격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B1면 <부동산 규제완화로 U턴?>에서 “정부가 정책의 실패를 결국 국민의 돈으로 메우는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는 지역에도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임대주택과 신도시를 대거 지어 스스로 미분양을 촉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조선일보의 의중은 “정부가 좀 더 일찍 규제를 완화했어야 했는데 정책적 실기를 했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에서 드러난다. 조선은 “주택업체가 정부에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팔 경우, 기존 계약자는 물론 주변 아파트까지 무더기 해약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50% 중과세 등 각종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지방의 미분양 위기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조만간 지방부터 규제를 풀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람잡이에 나섰다.

서울경제는 3면 한 면을 통째로 털어 이 소식을 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라고 지적한 부분에서 이 논쟁의 본질이 드러난다. 서경은 “주공이 제시하고 있는 매입가격은 감정가과 분양가 중 낮은 가격보다 싼 값”이라며 “특히 지방의 경우 분양가와 감정거가 많게는 20~30%까지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이 이처럼 낮은 가격으로는 매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7면에서 “감정가 이하 시장 최저가인 땡처리 가격 수준으로 매입, 재원을 절감하고 민간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것”이라는 건교부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국민은 “분양가보다 훨씬 싼 값에 팔아야 하는데 임대수요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를 싸게 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도 3면 <미분양 내년까지 2만5천가구 매입한다지만…>에서 매입 물량이 적다는데 불만을 표시했다. 한경은 “미분양 주택이 9만가구가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제 매입하겠다는 물량은 5.5%인 5000가구로 극히 적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경은 “정부 집계에 잡히지 않는 물량까지 합하면 민간 미분양 주택은 20만~25만가구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 추정”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경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고맙지만 부도 위기에 몰려 있는 일부 업체들을 제외하곤 건설원가나 분양가보다 낮은 금액에 매도하겠다고 선뜻 나서는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정부와 건설업계의 신경전을 예고했다.

일찌감치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비판해왔던 매일경제는 1면과 3면에 걸쳐 이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다. 1면 <모럴해저드 키우고 타이밍 놓치고>는 건설업계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왔던 언론의 자가당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기사다. 매경은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면 건설업체들의 모럴해저드가 우려된다고 경계하면서도 미분양 주택을 해소할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매경의 고민은 3면 <대출 받기 쉬워진 것 빼고는 효과 미지수>에서 잘 드러난다. 이 기사의 부제는 “미분양 아파트 대책 약발 있을까”다. 매경은 “업계와 민간 전문가들은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감하게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실었다.

매경은 “정부가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인위적으로 콘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에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투기적 수요와 부동산 거품을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은 이제 와서 뜬금없이 22면에 <돈줄 막혀 중견 건설업체 줄줄이 도산>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일주일쯤 지난 기사가 아닌가 다시 확인하게 할 정도다. 서울신문은 정부 대책과 관련해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매수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어 당분간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주택경기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서울신문은 “미분양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면서 “부동산 시장 안정에만 너무 집착, 약발이 다 떨어진 지방에서 수요억제 장치에 연연했다”고 지적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겨레의 반응이다. 2면 <대전 서구 등 12곳 투기지역 해제>에서 “건설업계는 취지는 환영하면서도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기사 말미에서 “건설사들이 내놓을 물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방 중소 건설업체들에 판로를 열어줄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일간지들이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달리 한겨레는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모럴해저드를 거론하지도 않았고 좀 더 파격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건설업계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되 명확히 관점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한겨레를 비롯해 일련의 보도에서 명확히 정리할 부분은 그동안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왔던 건설회사들의 모럴해저드를 비판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규제 완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선일보가 건설회사들 모럴해저드를 걱정하고 한겨레는 침묵하고 있다.

모럴해저드를 막으려면 미분양 물량을 받아주지 말거나 땡처리 수준 이하 가격에 사들여야 한다. 받아주지 않는 건 시장에 맡겨 두는 것이고 싸게 사들이는 건 좀 더 적극적으로 거품을 빼는 방법이다. 매경과 조선일보 등이 모럴해저드를 거론하면서 미분양 물량 매입을 반대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다른 방식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이 부분을 정확히 읽어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이 빠져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한겨레 역시 모럴해저드를 경계해야 한다. 조선일보 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혈세로 건설업체들 부실을 메워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혈세를 제대로 쓰려면 정부에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하고 최대한 매입 가격을 낮출 것을 주문해야 한다. 건설업계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들 입장에서, 집없는 서민들 입장에서 정부 정책을 고민하는 언론 보도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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