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 금융시장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서브프라임 사태는 과잉유동성과 저금리가 불러온 거품이 붕괴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른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규제 완화 추세에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이 보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이해하는 두 가지 키워드는 규제 완화와 증권화다. 규제 완화는 레버리지 확대로 이어지고 증권화는 위험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전통적인 투자 방식은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였다. 사서 이익이 날 때까지 들고 가거나 손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 이후 금융 산업의 변화는 ‘바이 앤 디스트리뷰트(buy and distribute)’를 가능하게 했다. 이익을 챙기고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이야기다.

모기지론은 쉽게 말하면 주택담보대출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란 신용도가 낮거나 지불능력이 떨어져 일반 모기지론을 신청할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출을 해주고 원금을 모두 갚을 때까지 이자를 받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미국의 모기지론은 다르다. 일단 대출을 해주고 저당 채권을 곧바로 증권화시킨다. 저당 채권을 위험도와 기대 수익에 따라 묶어서 증권으로 만들어 파는데 이를 CDO(자산담보부증권)라고 한다. 대출회사들은 CDO를 팔아 원금을 회수하고 회수한 원금을 다른 곳에 대출로 내준다. 이를테면 부실 위험이 10%인 채권 100억원어치를 90억원에 파는 것이다. CDO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원금을 재투자하고 CDO를 남발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레버리지란 지렛대를 말한다. 원금 보다 훨씬 더 큰 자산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대출업체들은 최소 20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베어스턴스는 9억달러의 자기자본으로 2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기도 했다.

물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만 놓고 보면 미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시장이 우려하는 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증권화와 레버리지 투자 과정에서 부실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기지론 업체는 우리나라 같으면 중소 대부업체 수준이지만 모기지론 업체들이 만든 CDO를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연기금 등이 사들이고 CDO가 CDS(크레딧 디폴트 스왑) 등 다른 파생상품과 결합하면서 레버리지가 부쩍 늘어나게 된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연쇄적으로 부실이 확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금리를 낮추면 유동성이 늘어난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유동성을 공급해 서브프라임 부실을 늦추겠다는 의도에서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늘어나고 자산가격 거품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불균형을 아시아의 인플레이션 붐이 흡수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과 EU, 일본 등에서는 이미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입법화가 진행 중이다. 김광수 소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미국에서는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제도개혁위원회가 내년 초까지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가 아직 치외법권에 속해 있지만 일본에서는 지난해 증권거래법을 금융상품거래법으로 바꾸고 증권거래법으로 규제할 수 없었던 증권화와 사모펀드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다. 모든 사모펀드는 등록하고 공개를 하도록 돼 있다. 모든 종류의 금융거래를 감독하고 필요할 경우 개선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폐쇄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는 공모 시장에서는 위험을 걸러낼 수 있지만 사모펀드는 투자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제되지 않은 레버리지와 증권화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뿐만 아니라 EU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고 미국에서는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단계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런 제도 정비가 늦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도 서브프라임과 비슷한 전례를 찾아면 2002년 카드채 사태를 들 수 있다. 미국대부업체들이 담보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택담보대출을 내준 것처럼 우리나라 카드회사들은 길거리에서 카드를 마구 남발했고 이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했다. 카드채 사태는 결국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마무리됐고 서브프라임 역시 대대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금융기관들에게 유동성을 몰아준 결과가 됐다. 그 결과 다른 경제주체들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효과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다만 김 소장은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1990년 후반부터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금융기법이 등장하고 금융 완화와 경쟁 촉진이 추세로 자리잡는데 그 과정에서 사적 부분이 팽창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는 세계적인 흐름일 뿐 그것 자체가 옳은가 그른가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측 불가능한 변동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극단적인 위험을 통제할 필요가 있고 시장의 변화에 맞춰 금융감독 시스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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