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제 쟁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시 재벌 대기업에 대한 입장 차이다. 이명박과 이인제 후보가 상대적으로 대기업 또는 재벌 친화적인 반면, 권영길·문국현·정동영 후보는 아직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영길 | 문국현 | 이명박 | 이인제 | 정동영 | |
출자총액제한제도 | 유지 | 유지 | 폐지 | 폐지 | 단계별 폐지 |
금산분리 원칙 | 유지 | 유지 | 폐지 | 점차적인 완화 | 유지 |
한미 자유무역협정 | 반대 | 조건부 찬성 | 찬성 | 찬성 | 찬성 |
법인세율 | 유지 | 장기적으로 인하 | 인하 | 인하 | 부분 인하 |
비정규직 문제 | 폐지, 재입법 | 직무 정규직화 | 유지 | 보완 | 보완 |
먼저 금산분리 원칙과 관련,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만 즉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당분간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점차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후보들은 모두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자본의 금융기관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을 폐지하자는 주장은 결국 삼성그룹 등 재벌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자는 이야기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 후보는 23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금산분리 폐지는 재벌에 의한 경제 지배체제를 완성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이명박 후보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이인제 후보도 같은 입장이다. 정동영 후보는 단계적 폐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분히 전략적인 선택이지만 친재벌 대 비(非)친재벌의 구도는 이번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주목할 부분은 정동영 후보의 입장 변화다. 정 후보는 과거 열린우리당 당의장 시절부터 출총제를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순환출자 등 규제하는 사후 감시제도를 마련할 때까지 현행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전략인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 차이도 두드러졌다. 이명박과 이인제, 정동영 후보는 모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인 반면, 문국현 후보는 조건부 찬성, 권영길 후보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찬성 입장을 밝힌 후보들도 농업을 비롯해 피해 부문에 대한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권영길 후보는 부분적 수정이 아니라 전면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국민들 합의를 얻어 한미FTA를 추진한다는 입장에서 최근에는 현 정부 비준 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문 후보는 특히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 인정 문제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는 특히 한미FTA를 계기로 북미 수교를 끌어내고 한미협력을 강화하고 환동해 경제협력벨트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큰 방향에서 문 후보 역시 한미FTA를 찾성하는 입장이다.
법인세율 인하도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다. 이명박 후보는 중소기업 부담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법인세율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고 최저세율도 순이익 1억원 이하 13%에서 2억원 이하 10%로 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권영길 후보는 “이 후보의 공약에 따르면 12조원의 감세 효과 가운데 7조원 이상이 상위 238개 대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해소를 위해 신규 고용에 대해 특별세액 공제나 중소기업 등에 4대 보험 감면 혜택을 주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당분간은 현행 세율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후보들의 입장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은 역시 비정규직 대책이다. 권영길 후보는 현행법을 폐지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보호법을 새로 입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문국현 후보는 2년 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아니라 아예 일정 기간 이상 연속성을 지닌 직무 자체를 정규직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후보는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한 임금 상승”이라는 원론적인 해법에서 크게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도 노사정 모두 양보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새로운 건 없다. 이인제 후보 역시 현행 법에 문제가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감시감독을 강화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경제 분야에서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대기업 정책과 관련해서 일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이인제 후보도 이명박 후보와 정책 스펙트럼이 거의 같다. 권영길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비슷한 성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대기업 정책에서만 일치할 뿐 기본적으로 정치적 입장 차이가 크다.
그동안 대선 관련 언론 보도는 이명박과 정동영 후보의 대립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고 정작 정책 대결에는 소홀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문제제기 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고 후보들 역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에 대한 논의도 원론적인 수준을 맴돌고 있다. 당장 두 달 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경제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비판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