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넘어갔다. 이정환닷컴은 일찌감치 9월12일 “20조원 용산 역세권 개발, 삼성물산에 넘어가나”에서 이 사업 입찰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참고 : 20조원 용산 역세권 개발, 삼성물산에 넘어가나. (이정환닷컴)
사업주체인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시공능력 기준으로 상위 5위 건설사의 경우 3개사 이내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제한을 완화해 담합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위 3개사가 6위 이하 하위 건설사들을 규합,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압도적인 우위에 설 수 있는 조건이다. 애초에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10개사 가운데 7개사 담합, 하나마나한 입찰?
결국 삼성물산을 주도로 상위 10개사 가운데 7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예상대로 무난히 낙찰을 받았다. 사업규모는 당초 예상했던 20조원을 훨씬 뛰어넘어 28조원까지 치솟았다.
이번 입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첫째, 제대로 된 경쟁을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뭉쳐 사업권을 따낸 이상 이들 대형 업체들의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은 이들의 담합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둘째, 이들 컨소시엄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써낸 탓에 분양가도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코레일은 땅값을 올려받기에 급급했을 뿐 공공개발이라는 취지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셋째, 이번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시행사들이 들러리를 서고 건설회사들이 사업을 주도하는 국내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건설회사들이 금융회사들을 끼고 자금을 조달해 땅값에 선심을 쓰고 그 비용을 고스란히 분양가에 반영하는 구조다. 건설업체들은 그 과정에서 폭리를 챙기고 높은 분양가는 인근지역의 땅값을 끌어올리고 다시 연쇄적으로 분양가에 높은 프리미엄을 부가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건설업체들과 땅 주인들, 부동산 투자자들이 부동산 가격 폭등의 반사이익을 나눠갖는 구조다.
사업단가 낮출 계획 애초에 없었나.
만약 코레일이 공공개발의 취지를 살릴 계획이었다면 28조원에 이르는 황금알 낳는 거위를 대형 건설사들이 모여 만든 컨소시엄에 한꺼번에 던져줄 것이 아니라 사업계획을 공모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따라 개별 사업자를 다시 공모해 경쟁을 유도하고 사업단가를 낮춰야 했다. 그래서 분양가를 최대한 낮추고 투자가치와 경쟁력을 높여야 했다.
그런데 코레일은 땅값만 챙기고 빠지면서 건설회사들에게 폭리를 안겨주는 손쉬운 대안을 선택했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 개발의 관행상, 분양가가 아무리 높아도 투기적 수요만 끌어들이면 큰 무리없이 소화되곤 했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이렇게 시작부터 담합과 타협으로 얼룩졌다. 문제는 부지 매입과 보상 과정에서 치솟는 땅값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용적률을 감당할만한 수요를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3위 높이라는 162층 규모의 드림타워에 입주자를 구하는 것도 관건이다. 금융과 교통, 물류 인프라를 비롯, 제반 환경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을 경우 자칫 단군 이래 사상 최대의 속빈 강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언론은 일제히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용산의 꿈’이니, 드림허브니, 상전벽해(桑田碧海)에 빗대 ‘용산벽해’라는 미사여구도 쏟아졌고 발빠른 경제지들은 용산 인근지역 투자가치를 분석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최대 20조원이라던 사업이 28조원으로 불어났는데도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다. 담합을 방조하고 돈 벼락을 맞은 코레일에 대해서도 아무런 비판이 없다.
사상 최대의 부동산 개발… 비판 없는 장밋빛 전망.
동아일보는 5일 사설 <용산의 꿈>에서 영국 런던의 독랜드와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의 사례를 들면서 “도시 경쟁력이 국가 발전과 성장을 견인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무르익고 있는 용산의 꿈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3일 9면 <용(龍)될 동네 많네>에서 “용산이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잠잠한 부동산 시장에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개발대상사업지역과 직접수혜지역, 간접수혜지역, 중장기적 수혜지역을 나눠 자세히 소개했다.
중앙일보도 3일 10면 <서울 개발축 강남에서 강북으로 옮기나>에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강남권과 테헤란로 등 강남에 집중됐던 주택·기업체 수요가 상당부분 용산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는 3일 3면 <건설업계 판도 바뀌나>에서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프로젝트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사업자로 선정될 컨소시엄에 속한 건설사들은 수천억원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은 “국내 최대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막대한 기업 이미지 홍보 효과와 시공능력 축적 등 효과도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은 5일 28면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지 주변 가보니 / 재개발 땅값 폭등 폭탄돌리기 우려>에서는 “용산지역의 투자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매경은 다만 “오래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라 투자자가 대거 몰렸고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도 만만치 않아 자칫 섣부르게 나섰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서부 이촌동의 경우 이주대책 기준일인 8월30일이후에 매입한 사람에게는 입주권을 주지 않는다. 인근 재개발 지역의 경우도 3.3㎡에 호가가 1억원에 이르는 수준.
경향신문은 5일 19면 <서울의 마지막 알짜 노려라>에서 용산 용문동 재개발 지역을 투자매력을 소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도 5일 21면 <동부이촌·공덕동 반사이익/이미 오른 서부이촌동 잠잠>에서 이들 지역 부동산 시장 현황을 자세히 전했다.
동아일보는 5일 B11면 <대형 건설 공모형 PF '제3의 길' 찾기>에서 “대형 PF 사업이 가져올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입찰 과정에서 높게 제시된 땅값이 고분양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동아는 또 “컨소시엄 측이 상권 활성화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 않은 채 최고가로 분양만 하고 빠지는 사업 방식 때문에 수요자들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도 상권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리스크를 떠안는 사례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일 25면 <용산 개발 삼성 낙점… "애초부터 예견된 일">에서 “삼성 컨소시엄이 선정된 것은 애초부터 예상됐던 결과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비싼 땅값이 고스란히 건축물 분양원가에 전가돼 고분양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