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5일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박자료를 내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삼성은 김 변호사의 부인이 구조본 앞으로 보낸 편지를 공개하는 등 전면전에 나설 분위기다. 이 편지에는 김 변호사의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내용도 일부 담겨 있다. 지난 10월29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1차 기자회견 직후, 삼성 홍보팀 관계자들이 언론사 편집국을 돌면서 보여주고 회수해 갔다던 그 편지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 및 글로벌 사업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먼저 김 변호사가 법무법인 서정을 그만둔 것은 삼성과 무관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한겨레에 쓴 기사를 문제 삼아 삼성이 서정 측에 압력을 넣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날 삼성이 내놓은 반박 자료는 A4용지 25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모두 17가지 항목에 걸쳐 조목조목 반박을 실었다.

삼성은 서정 측의 말을 인용, “김 변호사가 개인적인 비리와 내부 변호사들과의 마찰과 갈등, 부적절한 처신과 변호사 직업윤리 위반 등의 문제가 있어 파트너 회의에서 2개월 휴직을 결정했으며 휴직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계속돼 퇴출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또 “김 변호사가 퇴직 이후 서정의 법인카드로 48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해간 사실이 드러나 서정 측이 김 변호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삼성은 그러나 김 변호사가 서정을 퇴직하게 된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부적절한 처신이나 변호사 직업 윤리를 위반했는지 여부는 김 변호사가 밝힐 부분이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퇴직한 이후 삼성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면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것”이라며 “김 변호사가 퇴직 이후 올해 9월까지 3년 간 매달 2200만 원씩 고문료를 지급했는데 고문 계약이 끝날 무렵, 김 변호사의 부인이 협박성의 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삼성이 부분 공개한 이 편지에는 김 변호사의 사생활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삼성은 또 “김 변호사가 삼성 근무 중이나 퇴직 후 3년 간 고문 변호사로 고문료를 받을 때는 아무 말도 없었다”면서 “고문계약이 끝난 시점에 이처럼 근거없는 주장을 하는 것을 과연 양심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가 돈 문제로 앙심을 품고 보복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단순히 고문 계약이 끝난 것을 이유로 보복을 했다는 주장은 선뜻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서정을 퇴직한 것은 삼성과는 무관한 김 변호사의 잘못이고 김 변호사는 이와 무관하게 고문 계약 종료를 계기로 삼성에 등을 돌렸다는 이야기다.

삼성은 비자금 조성과 뇌물 제공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이건희 회장 지시 사항”이라는 문건과 관련해서도 “단순한 메모 사항일 뿐 이행되지 않고 검토 단계에서 폐지된 것도 많다”고 밝혔다.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의 증인과 증거가 조작됐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어떻게 증인을 빼돌려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은 이와 관련, “전환사채 발행에 관련된 실무진과 이사진, 법인 주주 전원은 물론 참고인은 빠짐없이 조사를 받았고 김인주, 유석렬, 이학수, 현명관 등 당시 비서실의 핵심 임원들도 모두 검찰에 소환되어 수차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은 그러나 에버랜드 편법 증여 사건과 관련, 이 회장과 이재용 상무 등이 조사 받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 반박자료에서 김 변호사가 삼성에 등을 돌리게 된 배경에 대해 다각도로 문제제기를 했으나 정작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법조인이라는 자격과 삼성 임원이었다는 이유로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믿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가 삼성의 핵심 인력이 아니었고 자금 관련 업무를 담당한 적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김 변호사가 삼성의 자금 운용에 대해 제대로 알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고 따라서 그의 주장에 신빈성이 없다는 이야기다.

삼성은 “김 변호사는 법무실장이 아닌 법무팀장일 뿐으로 구조조정 회의의 멤버로 참여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삼성은 또 김 변호사가 주장한 것과 달리 “삼성에는 퇴직후 관리 프로그램이 없다”면서 “서정에 지급한 고문료는 김 변호사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삼성에서 S급 인재는 세계적 기술 보유자 또는 그에 준하는 마케팅, 디자인 등 경영 노하우 보유자를 뜻하는 것으로 김 변호사처럼 스탭이나 기존 임원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김 변호사가 삼성의 S급 인재였다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은 일부 언론에서 이미 공개된 이 회장의 지시사항을 담은 문건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지 않았다. 문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검토 단계에서 폐기된 것도 많다”고 밝혀 뇌물 공여 사실이 사실 무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아냈다. 문건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문건의 정황으로 볼 때 상식적으로 볼 때 “현금을 받지 않으면 호텔 숙박권이나 와인을 선물할 것” 등의 지시사항이 단순히 이 회장의 아이디어에 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삼성은 “김 변호사가 법조계 인사들을 만나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했다면 이는 전적으로 김 변호사가 사적 관계에서 한 일일 뿐 회사에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혀 향후 뇌물 공여의 진위 여부와 관련, 논란이 예상된다. 김 변호사가 법조계 인사들을 만났더라도 이는 그룹 차원의 청탁이나 뇌물 공여는 무관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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