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11위로 작년에 비해 12단계나 뛰어 올랐다. 국가경쟁력 타령을 하며 정부를 비판해 왔던 언론은 혼란에 빠졌다.
한국경제는 5일 <뒷맛 개운찮은 세계 11위 성적표>에서 “족집게 과외를 받은 것도 아니고 부정행위를 한 것도 아니라면 그렇게나 많이 올라간 성적표를 앞에 두고 과연 평가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실력에 합당한 성적을 받아온 것인지를 한 번쯤 곰곰이 따져 보는 것도 책임감 있는 부모의 자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타결에서 해답을 찾았다. 동아일보는 5일 <12계단 껑충... 한미FTA 효과?>에서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신철호 교수의 말을 인용, “설문이 진행됐던 올해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돼 기업인들의 긍정적 인식이 설문에도 일부 반영된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아예 “한미FTA 타결이 순위 상승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단정지었고 매일경제 역시 사설에서 “미국과 FTA 체결로 개방 의지를 보여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WEF 보고서 어디에도 한미FTA 덕분이라는 해설이 없다는 걸 감안하면 이들 경제지들의 해석은 다분히 아전인수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일보는 <국가경쟁력 순위, 꿈보다 해몽?>에서 “장담할 순 없지만 내년 WEF 평가에선 순위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는 “FTA가 체결되는 등 행운이 작용했기 때문”에 순위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해마다 정부가 WEF 순위의 신뢰성을 의심해 왔다면 올해는 그 역할이 바뀐 셈이다.
한국일보는 “설문조사 항목이 많은 탓에 자의적인 판단이나, 조사 시점의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전적으로 믿을 것도 못 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IMD(국제경영개발원) 순위와 함께 기업인 설문조사에 크게 의존하는 WEF 순위는 그동안 언론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돼 왔다.
헤럴드경제는 노동시장 효율성은 문제삼고 나섰다. 5일 <국가경쟁력 상승의 허실>에서 “자만하거나 낙관하기에 요원하다”면서 “특히 ‘노동시장의 효율성’ 부문에서 작년보다 23단계나 상승하고도 24위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는 “노사관계 협조(55위), 고용의 경직성(50위), 해고비용(107위) 등에서 여전히 하위권”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