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철 변호사 폭로에 삼성 전략기획실 곤혹스러운 분위기.
이용철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변호사)가 19일 이경훈 전 삼성전자 상무로부터 500만원짜리 현금 다발을 선물로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폭로, 삼성 비자금 사태의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삼성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이경훈 전 상무는 삼성전자 법무실 상무로 재직하다 2004년 6월 퇴직, 현재 미국 체류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상무와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고 사실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다.
삼성그룹 법무실 고위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전화 통화에서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상무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한(떡값을 건넨)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회사 차원에서 했다고 믿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상무는 이용철 변호사에게 현금 다발을 건네기 건인 2003년 12월 무렵 미국 연수 문제로 이미 휴직 의사를 밝힌 상태였고 휴직이냐 퇴직이냐를 놓고 삼성전자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이 전 상무를 통해 청와대 관계자에게 떡값을 건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내가 아는 선에서 전략기획실에서 현금으로 떡값을 돌린 사례는 없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전략기획실 고위 임원들도 모르는 루트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에 앞서 14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도 출장에서 귀국하는 길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 “(삼성이) 그렇게 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은 떡값을 건넨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고위 관계자들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해 왔다. 김용철 변호사도 명단을 작성하는데 도움을 줬다고만 밝혔을 뿐 명단의 관리와 집행은 이학수 실장이 직접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이 전 상무 사례에서 보면 임원이 관리 대상 명단을 넘겨주면 전략기획실 차원에서 떡값을 건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철 변호사는 “이 전 상무가 ‘자신도 의례적인 선물일 것으로 알고 명의를 제공한 것이었고 현금을 선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과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략기획실 임원들도 모르는 가운데 떡값이 광범위하게 오갔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 전 비서관 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도 현금 등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정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김정섭 부대변인은 “이 전 비서관의 주장을 보면, 삼성측 인사와 특별한 친분관계로 해서 현금 등 선물이 오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받았을 가능성은 억측일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역시 추가 연루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정환 기자 top@journalismclass.mycafe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