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사태를 폭로한 이후 보수·경제지들은 거꾸로 김 변호사 때리기에 골몰해 왔다.

“정신 상태가 불안한 것 같다”는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김 변호사를 “폭로 전문가”(매일경제)나 “배신자”(조선일보), “제비족이나 꽃뱀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자”(동아일보), “산업 스파이”(헤럴드경제), “타락한 천사의 날갯짓”(세계일보), “품격 공감이 결여된 밀고”(국민일보) 등으로 평가 절하하기 일쑤다. 가장 흔한 비난은 그렇게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호의호식하다가 왜 지금 와서 배신을 때렸느냐는 것이다. 월간조선 12월호는 그 결정판이다.


삼성 비자금 물타기 결정판.

월간조선은 최근 발간된 12월호 <삼성에 칼 겨눈 변호사 김용철>에서 아예 스토커로 작정하고 덤벼든다. 김 변호사의 양평 콘테이너 별장을 찾아간 것은 물론이고 김 변호사의 과거 검사 재직시절 동료 검사들에게 김 변호사의 평판을 묻고 삼성 관계자들과 법무법인 서정 관계자들에게 들은 김 변호사의 온갖 추문을 꼼꼼히 받아적고 있다. 김 변호사 부인이 삼성에게 보낸 편지를 달라고 삼성에 부탁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이 특종 기사로 내보냈던 김 변호사의 부평 노래방 적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다. 시시콜콜한 가정사 이야기부터 그의 인간성을 문제삼는 부분까지 한 사람의 인격을 송두리째 난도질하는 기사다.

월간조선은 철저하게 김 변호사 개인에게 파고든다. 김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언급은 24페이지 기사에 단 한 줄도 없다.

분명한 것은 김 변호사가 어떤 사람이었든지 간에, 설령 그가 월간조선이 주장하는 것처럼 직장 동료와 가족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인간 말종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제기한 의혹은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그의 인간성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의 거침없는 폭로로 삼성이 느낄 배신감도 논의의 본질이 아니다. 그런데 월간조선은 김 변호사를 거침없이 짓밟고 있다. 김 변호사가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걸 입증하면 그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김 변호사 밟으면 삼성이 결백해지나.

월간조선의 기사는 사실 언급할 가치가 거의 없다. 다만 이 극우 성향의 잡지가 국내 최대 재벌의 비리를 다루는 방식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양반 얼마 챙겼다고요? 100억원이 넘잖아요. 100억원. 아이구, 그게 어디 함부로 말이나 할 수 있는 돈이유. 그런 돈을 받아서 호의호식하고 담벼락 공사에만 8천만원을 쓰는 사람이 자기 회사 뒤통수를 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 양반이 정말 정의를 위한다면 자기가 먹은 돈 다 토해내야 되지 않겠어요. 자기 말로 불법을 저질러서 번 돈이라면서요. 내 말이 틀려요?”

김 변호사의 양평 콘테이너 별장 마을 주민 박아무개씨의 이야기다. 월간조선은 김 변호사의 별장이 땅값만 3억원에 공사비가 1억8천만원이 들었고 아직도 공사중이라는 사실을 거듭 지적한다. 그가 시사인 인터뷰에서 “나는 무일푼”이라고 한 말이 거짓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일 잘 한다는 건 거짓말”

월간조선은 또 김 변호사의 동료 검사들을 찾아 나선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자 자존심이 상해서 검찰을 그만뒀다. 월간조선은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한다”는 동료 검사 L씨의 말을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월간조선은 L씨의 말을 인용, 쌍용 비자금 수사를 하다가 좌천됐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월간조선은 최소 4명의 검사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실명으로 거론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월간조선은 또 삼성 재무팀 관계자의 말을 인용, 그가 “센스가 부족했고 실력이 많이 달렸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후배 검사들에게는 “내가 엄청 일을 잘한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월간조선은 김 변호사가 X파일 사태 때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김 변호사가 거들먹거리고 ‘가오’를 잡아서 후배 검사들에게 욕을 들어먹었고 그래서 “법무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후배들이 상종하기 싫어했다.”

월간조선은 김 변호사와 함께 일한 적이 있다는 모 변호사의 말을 인용, “양심이라… 그러면 7년 후에 바로 깨닫지 퇴사 후 3년 동안 7억원을 받고 나서 뒤늦게 양심이 발동한 이유가 뭐랍니까”라고 비아냥거리도 한다. 삼성에 다닐 때는 돈 많이 받는다고 자랑을 해서 “후배 검사들이 그와 상종하기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월간조선은 김앤장 출신의 전성철 변호사의 말을 인용, “미국에서는 김 변호사 같은 사람이 나타났다면 그 사람이 공개한 내용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공개한 변호사를 형사범으로 처리한다”고 전했다. “법의 근본적인 원리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전 변호사는 “시민단체들과 민변이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반대한다면 법과 법률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변호사의 부부 관계나 사생활에 대한 부분은 언급할 가치가 없다.

월간조선의 주장처럼 설령 김 변호사가 삼성에서 밀려난 배신감 때문에 삼성에 등을 돌리게 됐다고 해도 그가 공연한 이야기를 지어내 전혀 근거 없는 폭로를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김 변호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월간조선은 폭로의 배경에만 주목할 뿐 폭로의 내용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신공격은 내부고발을 물타기하는 가장 저열한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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