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26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4차 기자회견을 갖고 비자금의 조성 경로와 사용 내역, 분식회계 등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유명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등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공무원을 매수해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자료를 폐기했다는 주장이나 비자금 폭로를 협박하는 퇴직 직원에게 “죽여버리겠다”는 고위 관계자의 발언 등은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김 변호사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SDI(당시 삼성전관)는 1994년 계열사인 삼성물산 등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와 별개로 구매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2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를테면 삼성SDI와 삼성물산 런던지점과 거래에서는 수수료 1%에 19%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100원에 사온 물건을 120원에 팔아 1원은 대행 수수료로 받고 19원은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이야기다. 같은 방식으로 삼성물산 타이페이지점과 거래에서는 2% 수수료에 13%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뉴욕지점과 거래에서는 2.5% 수수료에 17.5%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SDI 구매담당인 강아무개씨가 퇴사 이후 비자금 관련 서류를 근거로 삼성에 협박을 했는데 김인주 사장이 이 문제를 제게 논의해서 관련 서류를 보게 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김 사장이 제게 ‘강○○, 죽여버릴까’하고 진지하게 말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김 시장과 이 문제를 몇차례 논의했는데 미국에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강씨가 몇시에 숙소를 나가 뭘하는지 등등 보고가 들어왔는데 돈이 꽤 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 일가가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한 사례도 있다고 고발했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 일가가 2002년 1월부터 2003년 9월까지 구입한 600억원대의 미술품 목록도 공개했다. 프랭크스텔라의 베들레헴 정원과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이 포함돼 있다. 김 변호사는 “이재용 상무에게서 행복한 눈물이 자기 집 벽에 걸려 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회장 일가가 필요할 때마다 임원들이 직접 돈을 전달해줬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또 “중앙일보의 계열분리는 위장 분리였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1999년 이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명의로 신탁하는 일을 직접 처리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명의는 홍 회장으로 하되 의결권은 이 회장이 행사하는 내용으로 비밀리에 명의신탁이 이뤄졌다.

김 변호사는 “공개할 수도 없는 계약서를 왜 만드는지 물어봤는데 김인주 사장은 그래도 만들어놔야 한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변호사는 “중앙일보는 삼성과 분리됐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구조본에 찾아와 돈을 요구했다”면서 “심지어 주차장 수리 비용을 청구하기도 해서 김인주 사장이 욕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삼성 계열사들의 광범위한 분식회계와 회계법인의 결탁 의혹도 제기됐다.

김 변호사는 “2000년 삼성중공업이 2조원, 삼성항공이 1조6천억원, 제일모직이 6천억원 등 분식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분식 규모가 너무 커서 거제 앞바다에 있지도 않은 배가 몇 대 떠 있는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변호사는 “당시 삼일회계법인이 회계 감사를 맡았는데 룸싸롱 접대 받으면서 적정의견이라고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를테면 삼성항공이 삼성전자에 리드프레임을 납품하고 제값보다 올려주는 방식을 사용해 1년에 400억원 정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에버랜드 이사회가 열리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 수사 및 형사재판과정에서 이와 다른 내용의 허위사실을 조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삼성의 불법행위에 동조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 임원들을 동원한 차명자산 관리 실태도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차명예금과 주식, 부동산은 구조본의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최주현, 장충기, 이순동, 이우희, 노인식 및 관계사 사장단 대부분의 명의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명관, 이수빈, 이필곤 등 전 회장단과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 명의로도 운용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삼성자동차 법정관리자료를 불법 폐기한 사실도 공개됐다. 김 변호사는 “삼성자동차 청산 이후 노조가 회사를 점거하고 서류를 불태웠는데 타다만 분식회계 서류가 발견됐다”면서 “이학수 사장의 형사책임이 대두될 수 있어 특별팀을 구성하고 사무관을 매수하고 서류를 빼내 해운대에서 소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김 변호사는 “최광해 전 삼성자동차 사장이 무용담이라도 되는 양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삼성이 정치인과 관료, 시민단체 주요 인사 인맥을 관리해 온 근거자료로 “참여연대 법조인 네트워크 현황”이라는 문건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는 참여연대 주요 인사의 핵심 지인과 중고교 동문 등 명단이 정리돼 있다. 김 변호사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경우 바둑을 잘 두고 골프를 잘 치는 것으로 알려져 계열사 사장 가운데 바둑이나 골프를 잘 치는 사람 리스트를 작성해 긴밀하게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김 변호사는 “(김 변호사가 운영했던 노래방이 불법으로 적발된 사실을 보도한)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데일리안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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