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사건과 무관하다고 최종 발표했지만 의혹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후보가 이뱅크증권중개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자신이 BBK를 창업했다고 밝힌 언론 인터뷰가 다시 회자되면서 수사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이 후보와 김경준씨는 가까운 사이였고 이 후보는 이뱅크코리아의 회장, BBK는 이뱅크코리아의 자회사 또는 계열사 위치에 있었다. 이 후보 본인이 직접 자신이 BBK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는데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이 후보를 인터뷰했던 기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동아일보는 2000년 10월15일 <경제계로 복귀한 이명박씨>에서 “(이 후보가) 미국계 살로먼스미스바니에서 1999년 초 연 수익률 120%를 달성한 김경준 BBK 투자자문 사장을 영입했다”고 전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 대표는 김 사장에 대한 기대가 몹시 큰 눈치”라며 “연방 김 사장의 어깨를 토닥였다”고 전했다.
2000년 10월이면 BBK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 조작을 시작하기 2개월 전이다. 이 후보는 LKE뱅크와 BBK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기사에서 보듯 이 후보는 김씨를 “영입했다”고 말하고 있다. 기사의 맥락을 봐서는 월급쟁이 사장으로 고용했다는 의미다.
기사를 쓴 홍찬선 기자는 현재 머니투데이 경제부장으로 있다. 홍 부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8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겠느냐”면서 “할 이야기 없다”고만 답했다.
중앙일보 기사도 있다. 2000년 10월14일과 10월16일자에 관련 기사가 있다. 14일 <현대 신화 이명박씨/증권사 대표로 변신>에서는 “(이뱅크증권중개의) 모기업격인 LKE뱅크가 이미 설립돼 있으며 그 아래 종합자산관리 회사인 BBK란 자회사도 영업 중에 있다”면서 “물론 이들 회사에 이 전 의원은 대주주로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기사를 쓴 중앙일보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내 기사와 검찰 수사가 그렇게 크게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해석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돈이 들어왔다든지 하면 몰라도 (그때 관련이 있었다고) 무작정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이 기자는 “이 후보가 이들 회사에 대주주로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당시 보도했지만 “큰 사업을 벌이는 것의 일환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당시 이명박과 김경준은 사이가 좋았고 서로 믿고 있는 동업자로서의 관계였고 아마도 이명박 후보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기사 <외국인 큰손 확보… 첫해부터 수익 내겠다>에서는 “올 초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E뱅크와 자산관리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인터뷰에서 “BBK를 통해 외국의 큰손들을 확보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주가조작 사건이 터진 뒤인 2001년 11월6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BBK와 김경준과의 관계를 전면 부인한다. 이 후보는 이 인터뷰에서 “나는 BBK에 대해 잘 모른다”며 “사회적 인지도를 감안, 나를 끌어들이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BBK에 출자는 물론 투자한 적도 없고, 어떠한 공식 직함을 가진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박영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5일 정동영 후보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저는 BBK를 취재했던 기자였습니다>에서 “2000년 11월 서울 시청 앞 삼성생명 17층에 있었던 BBK 사무실에서 이명박 사장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후보가)사무실 직원 가운데 하나를 부르더니 아비트리지 거래의 귀재라고 극찬했다”면서 “그게 김경준씨였다”고 주장했다.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조갑제닷컴에 공개한 이 후보의 명함에는 “이뱅크코리아 회장/대표이사”라고 돼 있고 그 아래 BBK투자자문주식회사와 LKE뱅크, 이뱅크증권주식회사 등이 병기돼 있다. 이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BBK를 LKE뱅크 또는 이뱅크코리아의 자회사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뱅크코리아는 이들 회사들을 포괄하는 그룹 개념이었다. 이 후보가 이뱅크코리아의 회장으로 활동했다는 증거는 숱하게 쏟아져 나왔다.
물론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2000년 10월까지만 해도 이 후보와 김씨는 함께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어깨를 토닥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이다. BBK의 회장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알리고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이 후보는 이제와서 BBK나 김씨를 잘 알지 못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이 후보의 거짓말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의혹 가운데 하나는 BBK에 190억 원을 투자했던 다스의 실 소유주가 누구냐다. 검찰은 5일 발표에서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가 아닌 것 같다’가 아니라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이라며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검찰은 지난 8월 도곡동 토지 관련 조사에서도 “도곡동 토지의 소유주는 이상은씨(이 후보의 형)가 아닌 제3자인 것 같다”며 애매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도곡동 토지 매각 대금의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1995년 8월 유상증자시 7억9천200만원이 이상은 명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다스에 들어갔고 2000년 12월 10억여원이 다스 대표이사 가지급금 명목으로 입금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이 후보 것이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검찰은 다스의 실 소유주를 찾지 못했고 그 실 소유주가 이 후보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더라도 이 후보와 BBK, 김씨의 관계는 단순히 “잘 모르는 사이” 그 이상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BBK를 창업했다고 밝혔고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언론도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