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MB노믹스의 실체가 가시화하고 있다. 2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선진화와 신발전체제를 국정 운영과제로 제시했다. 선진화는 양적 발전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양극화 해소라는 질적 발전을 포함한 것이고 신발전체제는 성장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가는 체제라는 설명이다. 강력한 성장 위주 정책으로 성장과 분배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목표다.
21일 아침 주요 언론이 이를 전하는 방식은 다분히 자가당착적이다. 막연한 희망을 담아내기만 할 뿐 정작 구체적인 고민은 없다.
기업인 배척 분위기 때문에 투자 안 했다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됐으니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희망이 핵심이다. 조선일보는 “지금까지는 돈을 쌓아놓고도 노무현 정부의 기업인 배척 분위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주저했는데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내외 기업인들을 만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친기업적인 분위기를 만들면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인 배척 분위기 때문에 기업이 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단순무식한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투자 대비 성과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 되는 일이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기업이 사회 분위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해석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저투자 저성장은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기업은 신규 투자를 늘리기 보다 구조조정으로 이익을 늘리는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고용없는 성장 역시 세계적인 추세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이를 “기업인 배척 분위기” 탓으로 돌린다. 기업인을 존경하기 시작하면 투자도 늘어나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성장도 하게 된다는 이상한 논리다.
조선일보는 “위로만 향해 올라가던 나라가 좌파 정권 5년 사이 내려가기 뒷걸음치기에 익숙해졌다”고 비판했다. 좌파 정권 탓을 하면서도 정작 그 비판의 근거는 없다. 노무현 정부 실패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업인을 배척하는 분위기를 바꾸고 과도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이명박 당선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하는 것 자체로 투자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고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기업의 투자 증대에 있어서 기업인의 사기 진작이 필수임을 단번에 알아본 것 같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거의 만담 수준의 수사법이다.
매일경제의 해법은 좀 더 직설적이고 구체적이다. 경영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 그리고 경영권 세습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
매일경제는 “기업 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매일경제는 “재산이 아니라 기업을 물려줄 때도 똑같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 기업가 정신을 약화시킬 수 있는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편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폐지해 달라는 이야기다.
기업 창업자들의 후계 상속을 돕는 것과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매일경제는 심지어 “상속·증여세 때문에 가업을 승계하는 대신 폐업을 선택하는 바람에 기업의 평균 수명이 10.6년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위기의 진단부터 잘못됐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보수·경제지들이 규제 완화 또는 철폐를 줄기차게 주문하고 있지만 정작 완화 또는 철폐해야 할 규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저투자·저성장의 해법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줄여주고 경영권 세습을 가능하게 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란 말인가.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었으니 이제 기업들 하고 싶은대로 내버려두기만 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일자리도 창출되고 자연스럽게 양극화 문제도 해결되고 분배도 개선될 것이라는 지극히 순진한 발상이다.
거론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은 철저하게 재벌 대기업의 오너 일가, 특히 삼성 그룹의 이건희 회장 일가를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보수·경제지들은 지적하지 않는다. 한국경제는 “출총제를 포함한 각종 규제를 없애고 기업의 자유를 넓혀주면 투자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출총제는 순환출자로 경영권을 확보해 온 재벌 대기업 특히 삼성에게 큰 위협이 된다.
이밖에도 자가당착적 논리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중앙일보는 “세금을 통해 양극화라도 해소했으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빈곤층이 늘어났다”고 비판한다. 중앙일보는 마치 세금 때문에 빈곤층이 늘어난 것처럼 억지논리를 편다. “오죽하면 노곤층(노무현이 만든 빈곤층)이라는 용어가 생겨났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명박의 신발전체제가 빈곤층을 더 늘릴 것이라는 우려는 어디에도 없다. 극단적인 반론이지만, 세금을 줄여주면 과연 빈곤층도 줄어들까.
양극화는 IMF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의 산물이다. 이명박의 신발전체제는 과연 노무현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과 다른 방향에 서 있는 것일까. 이명박 체제는 오히려 이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선진화라는 구호도 막연하기 짝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양극화의 해법으로 분배 정책을 강조하고 일부 시도라도 했다면 이명박 당선자는 성장이 있어야 분배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장 혜택을 다수가 나누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한다. 파이부터 키우자는 고전적인 담론인 셈인데 분배 구조가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것은 뻔한 상황이다. 성장의 혜택을 나누겠다는 다분히 형식적인 수사일 뿐이지만 보수·경제지들은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과 그 해법도 다분히 자가당착적이다.
중앙일보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가격 안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가격은 못 잡고 서민의 주거비 부담만 늘려놓았다”고 비판한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사실 집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 양쪽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집값이 폭등했고 이를 잡는 과정에서 세금 폭탄을 퍼부었다. 둘 중 하나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수 언론은 양쪽을 모두 비판하면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켜왔다.
이명박에게 투영된 기득권 계층의 투기적 욕망.
이명박 당선자는 도심 재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또한 종부세와 양도세 등도 완화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투기적 수요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현재의 집값 거품이 과도하다는 인식도 차기 정부에는 없다. 머니투데이는 “강남 재건축 시장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호가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투기를 잡고 개발 이익을 환수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공급을 늘린들 집값이 안정될 수 없다는 문제인식을 보수·경제지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MB노믹스의 핵심은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동력 확충에 있다. 그런데 정작 완화한다는 규제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그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보수·경제지들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는 재벌 오너 일가와 기득권 계층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를 넘어설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가들이 존경받고 자유롭게 경영권을 물려줄 수 있게 되면 성장도 하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분배도 개선된다는 막연한 희망과 선전 구호만 넘쳐난다.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한 진단이 잘못돼 있고 그 해법 역시 다분히 단편적이다. 신발전체제라고 이름 붙이긴 했지만 기업가 정신과 성장을 통한 분배라는 다분히 1970년대스러운 낡은 성장이론이 신자유주의가 이미 깊게 뿌리내린 한국 경제에 먹혀들 수 있을까.
한편 매일경제는 BBK 사면론을 펼쳐 경악케 했다. 매일경제는 사설에서 “특검은 국정혼란과 국민적인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라며 “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자를 선택한 절대 다수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설진훈 정치부 기자는 ‘기자24시’에서 “대다수 국민은 BBK 의혹에 대해 이미 정치적 사면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양극화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심화될 듯 싶네요. 재벌과 기득권의 이익에 점점 더 부합되는 정책들이 생겨나고 거기서 떨어지는 일부 떡고물 가지고 나머지 국민들에게 선심쓰는 척 할 테니 말입니다.
경제지들의 아부는 정점 더 심해질 겁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저도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모든걸 시장의 흐름에 맡겨 winner takes all의 대명사인 신자유주의를 하겠다고 하면서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하겠다고 하며,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고 하며 세금을 덜 걷겠다고 하면서 복지분야 지출은 늘리겠다고 합니다. 자가당착에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소기업은 모르겠지만, 대기업들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올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기업세습권? 주장 자체가 웃긴겁니다. ㅡㅡ;; 조그마한 중소기업을 세계적 대기업으로 만들수 있게 외국에서 돈을 빌려다 투자하고 보증서주고 한 곳이 정부입니다. 거기다 IMF 공적자금 대주면서 버틸수 있게 도와준 것도 정부고요. 결국 국민들이 키워줬는데, 나 몰라하면서 세습권 주장이나 하고 있으니… 그리고 경영권 세습이라니…ㅡㅡ;;
음 … //
대기업에 일반노동자도 있는건 사실이죠. 문제는 비정규직이라서 그렇지.
MB의 공약중 하나가 노동시장 유연화인것은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