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가 교육부 기능을 대폭 축소하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교육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성적이 나쁜 학교는 폐쇄하고 무능한 교사는 퇴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철저하게 경쟁체제로 가져가자는 이야기다. 매경은 24일 교육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1면과 4면, 5면에 게재했다.


매경은 “세계 각국이 경쟁을 통해 학교까지 폐쇄시키는 마당에 등급제와 같은 평준화 정책을 고집하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며 “차기 정부는 교육에 경쟁을 도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경은 이 기사에서 “많은 국가들이 교육부를 단독 부처로 두지 않고 기술·과학·산업·문화 등과 합쳐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타 부처와 기능을 통·폐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매경은 교육에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교육 개혁 목표로 “교육의 질 향상”, “방법론의 핵심으로 무능 교사와 학교 퇴출” 등을 제안했다.

매경은 또 전 과목 영어수업 모델의 전 단계로 초등학교부터 영어 몰입수업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영어를 쓰는 환경에 빠뜨리자는 이야기다. 매경은 “영어가 의사전달의 도구라는 인식을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매경은 현선해 성균관대 교수의 말을 인용, “한국도 이튼 등 영국식 귀족학교를 만들어 일반고와 사립고 교사가 좋은 교육과 학교 생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경은 철저하게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줄서기 시키자고 주장하지만 그 기준에 대한 고민은 없다. 대학에게 맡기자거나 경쟁원리로 풀자고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학생들을 성적 순으로 줄 서기를 시키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그 기준도 철학도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 공약은 대학 입시 완전 자율화와 수능 등급 폐지, 본고사 부활, 자립형 사립고 300여개 육성 등으로 요약된다. 1단계로 학생부 및 수능 반응 비율을 자율화하고 2단계로 수능과목을 축소해 2~3개씩 4~6개 과목을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3단계로 대학입시를 완전 자율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대학이 제시하는 등급 기준이 입시 기준이 되고 공교육이 더욱 황폐화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대학들이 변별력 확충을 위해 학생부 보다는 수능 비율을 더욱 높일 것도 뻔한 상황이다. 또한 자립형 사립고는 고교 입시를 부활시키고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켜 사교육비를 더욱 늘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 당선자는 노무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인 3불 정책의 폐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3불정책이란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 본고사 등을 금지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 당선자는 “기여 입학제는 좀 더 논의해 봐야 하고 나머지 두 사항은 대학 자율에 맡기면 자연히 효력이 없어질 것”이라고 거론한 정도다. 매경 등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좀 더 적극적인 경쟁 체제를 도입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셈이다.

문화일보는 22일 사설에서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의 말을 인용,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철저한 자본주의식 교육으로 엄청난 파워를 키워가고 있는데 한국이 이렇게 주춤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한국의 교육체계는 사회주의 중국보다 획일적”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이 당선자의 3단계 대입 자율화 정책을 언급하면서 “이 당선자의 지론에 공감하며 한국 교육의 틀을 그 방향으로 새롭게 다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21일 39면에 실린 이성호 중앙대 교수의 칼럼 <노 정권이 키운 사교육, 시정이 시급하다>는 더욱 직설적이다. 이 교수는 “사교육비 폭증은 노무현 정권의 교육정책이 실패작이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라며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첫째, 평등을 바탕으로 하는 양적 팽창은 교육의 질적 저하를 수반한다. 둘째, 평등 지상주의는 개인간 학교간 경쟁을 억제함으로써 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셋째, 평등에 대한 병적 집착은 정부의 획일적인 간섭과 통제를 초래하고 이는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박탈하게 된다.” 이 교수는 “교육을 정치이념의 도구로 여겼던 노 정권의 우를 되풀이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경쟁체제 도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경향신문과 한겨레 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22일 8면 <교육에도 시장 논리… 공교육 무너질 우려>에서 이 당선자의 교육 정책을 다각도로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은 총점제 입학 전형이 유지되는 한 사교육비 절감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주입식 학교 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빠져있다는 것, 대학에 자율권을 주고 정부가 규제하지 않으면 고교교육의 대학 예속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것 등이다.

수능과목이 축소되면 가뜩이나 편중돼 있는 고교교육이 국영수 중심으로 재편되고 수능과 논술의 비중이 커지는 한편, 내신 위주 전형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그 과정에서 교육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편 대입제도는 통상 3년 전에 예고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6개월 전에만 공지하면 된다는 입장도 있다.

한겨레는 20일 17면 <경제도 교육도 시장 자율… 신자유주의 가속화할 듯>에서 “자사고를 확대할 경우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에 시달릴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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