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완화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지만 재벌의 은행 소유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신흥증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현대차그룹은 14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엠코 등 5개 계열사들을 동원, 신흥증권 지분 29.76%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 일가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가 현대차를 지배하고 현대차가 이들 금융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구조다. 여기에 신흥증권을 더해 금융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의 반응도 일단 호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2월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증권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현대차 그룹은 사실상 은행업에 간접 진출하게 된다. 매일경제는 “지급결제 업무를 흡수한 이후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거래은행으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5일에는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캐피털이 위탁매매 중개사인 비엔지증권증계를 인수했고 지난해 12월에는 롯데그룹이 대한화재를 인수했다. 이밖에도 서울증권은 유진그룹에 넘어갔고 세종증권은 농협에, KGI증권은 솔로몬저축은행에, 한누리투자증권은 국민은행에 각각 인수됐다.

그동안 금산분리 완화를 줄기차게 주문해온 보수·경제지들은 재벌의 은행 소유와 관련,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매일경제는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해 해외 증권사와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재벌의 금융 지배 또는 사금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금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재벌의 금융 지배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다만 한겨레는 15일 “산업과 금융은 경영의 원리나 전략이 다른 만큼 자칫 경영을 잘못했다간 해당 그룹은 물론 국민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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