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규모 소송이라는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의 선고 재판이 17일 열린다. 재판의 개요는 이건희 회장이 1999년 6월 삼성차 채권단에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주당 70만 원에 넘기고 2000년 12월까지 삼성생명을 상장시켜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아직까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채권단은 2005년 12월 부채 2조4천500억 원과 연체이자 2조2천880억 원에 위약금 등을 포함, 약 5조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재판은 2년 넘게 끌다가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채권단이 손실 보전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생명 주식의 처분은 채권단 의사에 달려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삼성생명 상장을 주저해 온 이유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만약 삼성생명을 상장시키면 삼성생명의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된다. 이 경우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구조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그동안 보수·경제지들을 앞세워 금산분리 완화와 보험지주회사 설립 등을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삼성은 당장 삼성생명을 상장해 현금을 확보하고 채무를 상환해야 하고 동시에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유일한 해법은 규제 완화에 있다.
노무현 정부는 삼성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해 규제 완화를 추진해 왔고 이명박 정부는 더 파격적인 규제 완화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업종과 관계없이 보험 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 보유지분을 15%로 한정하는 선에서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팔지 않고도 삼성생명 지주회사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오로지 삼성을 위한 규제 완화 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 입장에서는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든 굳이 서두를 이유 없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기만 기다리면 된다. 삼성 특검과 삼성의 지배구조를 합법화하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국면이다.
모든 권력이 자본으로 결집되는 형국이군요. 어떻게 보면 특검 또한 규제완화를 물타기하기 위한 수단일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