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스토리랩은 우리나라에서 소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분석과 모니터링에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회사다. 그러나 아직 이 분야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트위터는 글자 수가 제한돼 있는데다 데이터베이스가 너무 많아 유의미한 커버리지를 집계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은 특정 단어가 포함된 트윗 수를 집계하거나 가장 많이 링크가 걸린 콘텐츠의 유형을 분석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주류 언론이 주목하는 이슈와 전혀 다른 이슈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확산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류 언론이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여론이 주류 언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파편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강력하게 연결된 관계 네트워크, 분산된 영향력과 확산 속도, 넘쳐나는 데이터 가운데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읽어내는 게 관건이다.)
트위터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투표 독려 캠페인이 벌어졌던 것처럼 24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는 투표 불참 운동이 확산됐다.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이슈가 생성돼 팔로워들을 타고 넘으면서 공감과 호응을 끌어내는 새로운 선거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언론의 예측이 빗나갔던 건 이런 소셜 네트워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반성도 제기된다.
미디어오늘이 소셜 네트워크 모니터링 서비스 업체 유저스토리랩과 함께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트위터에서 떠도는 무상급식 관련 트윗을 분석한 결과 24일 하루 동안 ‘투표’라는 단어가 포함된 트윗이 4만9289건, ‘무상급식’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트윗도 2만7826건이나 쏟아졌던 것으로 집계됐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무상급식 투표를 둘러싼 트윗이 늘어났고 리트윗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무상급식 투표와 관련한 트윗이 3천~4천건 정도에 그쳤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권 불출마를 선언한 12일에는 ‘무상급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윗이 반짝 1만건을 넘어섰고 19일부터는 계속 1만건 이상을 웃돌았다. ‘투표’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윗은 18일 1만건을 넘어섰고 오 시장의 사퇴 발언이 있었던 21일에는 2만건, 23일에는 4만건을 넘어 투표 당일에는 5만건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지난 한 달 동안 무상급식 이슈와 관련, 가장 많은 리트윗을 받았던 트윗은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블로그 포스트를 소개한 트윗이었다. 22일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 결코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무려 3219건의 리트윗을 끌어냈다. 리트윗 2위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 쓴 “무상급식 주민투표 반대 6문 6답”이라는 글을 소개한 트윗이었다. 이 트윗은 2958건의 리트윗을 끌어냈다.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는 “언론이 투표 찬반 논란으로 본질을 흐트러뜨리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 전문가의 글이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정 대표는 “주목할 부분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일방적으로 뉴스를 수용하거나 인용하기 보다는 숨어있는 뉴스를 발굴해 서로 추천하고 확산시키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허점과 파급력”이라는 제목의 창비주간논평이 836건의 리트윗을 받은 것도 눈길을 끈다. 창비주간논평은 창작과비평사에서 만드는 주간 웹진이다. 이밖에도 “2457원짜리 무상급식 반대하는 오세훈, 평균 5만3300원 식사”라는 한겨레 기사를 링크한 트윗에 1694건의 리트윗이, “한나라당의 ‘주민투표 보이콧 과거’, 2007년 주민투표때는 ‘투표장 절대로 가지말라'”라는 뷰스앤뉴스 기사를 링크한 트윗에 1279건의 리트윗이 쏟아졌다.
정 대표는 “트위터에서 쏟아지는 실제 커버리지를 파악하긴 쉽지 않지만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폭발적으로 리트윗을 확산하면서 여론을 움직이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번 주민투표 때 트위터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트윗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서 “보수 진영에서는 공병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의 글이 그나마 관심을 끈 정도”라고 설명했다.
주류 언론이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 갈려 복지 논쟁을 벌였던 것과 달리 트위터에서는 전면 무상급식을 요구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는 이야기다. 정 대표는 “오 시장의 사퇴 발언 이후 무상급식과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투표 불참을 호소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전통적인 언론의 소비자들이 이슈의 생산과 유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슈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