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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종교활동, 목사님들이 세금 못 내겠다는 이유.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4, 2019

1. 뉴스의 재발견, 오늘은 종교인 과세를 알아볼까요? 왜 이게 다시 논란인 건가요?

= 지난해 1월부터 목사님과 스님들도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에 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돼서 퇴직금에 과세 비율을 대폭 낮추기로, 여야가 합의해서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여야가 모처럼 이렇게 합의한 게 오랜 만이죠. 반대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10명이 발의해서 기재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습니다.

2. 그러니까 종교인들은 퇴직금에 붙는 세금을 줄여주겠다, 이건가요?

= 그러니까 이게 2018년 1월부터 소득세가 붙기 시작했는데, 퇴직금은 그 이전부터 다닌 직장생활에 대한 임금의 일부니까 2018년 이전 근무 기간은 퇴직금에 붙는 세금에서 빼달라는 주장입니다. 누가 이런 걸 요구할까요? 수십 년 동안 교회를 운영해 온 목사님들이 계산기를 두들겨 봤겠죠.

= 이게 일반 국민들과 비교하면 수십 분의 1 정도로 비율이 낮습니다. 30년을 근무했다 치고 퇴직금이 3억 원이라면 일반 국민은 1350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되는데 종교인들은 0원입니다. 퇴직금이 10억 원인 경우도 일반 국민은 1억4718원, 종교인은 506만 원 밖에 안 됩니다.

3. 여야가 정말 모처럼 일치 단결했네요. 이게 무슨 논리인가요?

=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2018년 이전에 퇴직한 사람들은 세금을 안 냈는데 그 이후 퇴직한 사람들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건데요. 과거에 안 낸 게 문제지, 그래서 지금도 안 내는 게 맞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죠. 1968년부터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야 된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당시 초대 국세청장의 주장) 50여년 만에 도입된 종교인 과세가 1년3개월 만에 후퇴된 것입니다.

4. 퇴직금도 퇴직금이지만 애초에 소득 신고부터 문제라는 지적도 있네요.

= 한 번도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 혼란이 많았다고 합니다. 종교인은 소득을 신고할 때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에 선택을 할 수 있는데요. 급여가 아니라고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공제 혜택이 크게 늘어나게 되죠. 최대 80%까지 공제가 됩니다. 이렇게 선택을 할 수 있게 한 건도 종교인들이 우리는 노동자(근로자)가 아니다, 우리가 받는 월급은 근로소득이 아니다, 이런 논리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월급쟁이 직장인들이 이렇게 선택할 수는 없죠. 그래서 특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 월급쟁이들은 투명하게 세금이 빠져나가는데 종교인들은 종교활동비를 늘리면 세금이 줄어듭니다. 종교활동비를 어디까지 보느냐, 실제로 문제가 된 대형 교회의 경우 골프채를 사고 안경을 사는 것도 종교활동비에 넣었습니다. 먹고 자고 숨쉬는 게 모두 종교활동이라는 논리죠.

= 그런데 한 번 도입한 소득세를 없애기는 어려우니까 퇴직금을 건드린 건데요. 퇴직금은 재직 연수를 기준으로 계산하고요. 세금은 발생 시점에 부과하는 거고요. 2018년 이전 근무 경력을 퇴직금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5. 목사님은 노동자인가 아닌가 이게 논란이 된다는 게 재밌네요.

= 노동자에 대한 인식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목사님의 목회 활동이 노동보다는 훨씬 고귀한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걸 텐데요. 법적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받는다면 봉사가 아니라 근로다, 이런 논리도 있고요. 고용주와 근로자의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소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맞섭니다. 그런데 일부 법원 판례에서는 목사도 노동자라고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6. 국회는 그렇다 치고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 사실 금액으로는 크지 않습니다. 아직 집계가 안 됐지만 200억 원 정도가 될 거라는 관측이 있는데요. 기독교 인구의 반발을 우려해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국회에서 그렇게 통과됐으니 어쩌겠느냐는 반응입니다.

= 인구 4905만 명 가운데 종교를 가진 사람이 2155만 명(43.9%), 이 가운데 개신교가 968만 명으로 가장 많고, 불교 762만 명, 천주교 389만 명 순입니다. 국민 5명 중의 1명이 개신교 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또 하나 재밌는 건 애초에 종교인들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도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종교활동비가 문제가 되는데 그걸 신고만 하면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그냥 10억 원을 주면서 목회비나 선교비라고 주장하면 세금을 부과할 수가 없는 것이죠. 목사님들이 거짓말을 하겠느냐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 같은데 왜 국민들은 못 믿고 목사님은 믿느냐,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조세 원칙이 무너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낙연 총리가 보완 지시를 내렸는데 수정 없이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7.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등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네요.

= 불교나 천주교는 퇴직금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스님들은 아예 퇴직이 없고 천주교 신부님들도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는 경우가 없죠. 그러니까 이번 개정안은 개신교 목사님들을 위한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조계종은 공식 입장을 내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습니다. 소득세법 개정이 일부 종교계의 의견만을 반영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퇴직금이라는 개념이 없는 데다 스님들이 보직을 떠날 때 받는 전별금도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천주교 역시 마찬가지고요. 국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신교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8. 헌법재판소까지 갔었죠?

=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종교인 과세가 위헌이 아니라 종교인에게 과세 특혜를 주는 게 위헌이라고 할 수 있겠죠. 비종교인을 차별한다는 지적도 있고요. 다만 아직 헌재 결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 몇 가지 팩트 체크를 해보자면 종교 단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아니라 종교인에 대해 부과하는 것이고 종교단체를 세무조사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는 종교인에 대한 세무조사도 매우 제한적이고요.

9. 해외는 어떻습니까.

= 우리나라만 안 냈습니다. 지금은 일부 내긴 하지만 거의 안 내는 것과 마찬가지고요. 미국은 연방세, 주세는 물론이고 사회보장세와 의료보험세도 냅니다. 캐나다와 일본도 일반 국민들과 같은 세율로 냅니다. 독일은 국가에서 월급을 주고 원천징수 방식으로 소득세를 내고 있고요.

10.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이 먹히지 않는군요.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보통 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1년 이상 걸리는데 조세 소위원회를 통과된 지 8일만에 본회의까지 오르는 것이죠. 국민들이 반대하거나 말거나 조용히 통과시키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 모든 종교인이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천주교와 성공회, 통일교, 조계종 등은 이미 세금을 내고 있고요. 반대의 목소리도 크지 않습니다. 기독교 중에서도 예수교 장로회가 기독교 말살 정책과 기독교회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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