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 모인 시민들이나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인터넷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이나 청와대나 여야 정치권, 세계 곳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동포들, 바다 건너 미국의 축산업자들까지 모두가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이 촛불국면이 어디로 갈 것인가다.


72시간 촛불시위가 열기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6일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대표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등 우리 상품의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런 후유증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하겠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지금 국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3일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를 연기한 이후 수출입 자율규제 등의 대안을 내놓았지만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대통령은 “사실상 재협상과 다름없다”고 평가했지만 자율규제에 동참하는 수출업자들이 일부인데다 이들이 규제를 어기더라도 아무런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촛불시위에 나선 시민들의 요구는 “닥치고 재협상”이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 이상 시민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그 어떤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부는 재협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주장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을뿐더러 굳이 재협상을 끌어내려면 파격적인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재협상이 아닌 다른 어떤 ‘꼼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16%대로 추락했고 4일 재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6일에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 전원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분명한 것은 재협상 이외의 어떤 다른 해법도 국민들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불안함과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광장의 시민들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우리가 바로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구호에서도 시민들의 강한 자신감은 드러난다. 이미 촛불시위는 강제진압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산됐고 시민들은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시위를 즐기면서 아래로부터의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촛불시위는 집행부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했지만 한 순간도 질서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자생적으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시민들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정부 입장을 대변해 왔던 조중동에 대한 반발도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들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들에 항의전화가 빗발치면서 광고 중단을 선언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정부나 시민들이나 한치도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지만 결국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결국 고집을 꺾고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거부하거나 이를 핑계삼아 거꾸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미FTA를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으려는 이명박 정부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겠지만 촛불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지켜봐야겠지만 이 대통령은 결국 시민들을 이길 수 없다. 언제 미국에 재협상을 요청하느냐는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지만 재협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이면거래를 통해 국민들을 기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초에 캠프데이비드의 숙박료를 비싸게 치른데다 후불로 추가 요금을 더 치러야 할 상황이다. 분명한 것은 잘못된 협상의 대가를 국민들이 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광장의 시민들은 한치도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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