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보험 노동조합 파업이 10일로 140일째를 맞았다. 1월 17일 사측이 성과급제 도입을 발표하고 노조가 이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한 때가 같은 달 23일. 사측은 불법파업을 이유로 3월 27일 지점장 92명을 해고조치한데 이어 지난달 9일에는 제종규 노조위원장과 조합원 김아무개씨 등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구속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달 16일에는 직장폐쇄 조치까지 단행했다.


노조는 그날부터 회사 건물 진입조차 차단된 상태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알리안츠 본사 앞에는 커다란 천막과 함께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벽보가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었다. 이날은 독일 본사에서 베르너 체델리우스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이 방문하는 날이다. 노조는 이날 기필코 그를 면담하고 장기파업의 해법을 찾겠다며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는데 결국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알리안츠 파업은 이미 언론에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노조가 왜 성과급 도입을 이렇게 완강히 반대하느냐다. 노조 김선용 수석부위원장은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제는 사실상 구조조정을 위한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주장한다. 등급마다 의무할당 비율을 두도록 돼 있는데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을 경우 사실상 임금이 줄어들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측 이성태 커뮤니케이션실장은 “성과급은 말 그대로 경쟁력과 경영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한다. 이 실장은 또 “알리안츠의 임금은 동종업계 대비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사측은 “노조가 아예 성과급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노사교섭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노조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성과급제를 시행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궁금증은 지점장의 노조 가입자격을 둘러싼 논란이다. 사측은 단체협약을 근거로 지점장은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조는 노조 가입 여부는 노조의 자율결정에 따르는 사항으로 사측이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논란은 결국 법원으로 옮겨갔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단협의 조항은 적용범위에 관한 것일 뿐 그 자체만으로 노조 가입이 금지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과 노조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불법파업 여부다. 사측은 “성과급제 도입은 애초에 교섭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문제삼은 파업은 불법”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법원은 이와 관련, “성과급제 도입이 고도의 경영상의 조치라고 단정할 수 없어 불법 여부를 단정짓기 어렵다”며 역시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결정은 사측이 낸 가처분 신청의 결과로 구체적인 법원의 판단은 본안 소송에 들어가야 나온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사측의 주장은 여러 가지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만약 지점장에게 노조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면 이들이 노조에 가입해서 파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해서는 안 된다. 또한 파업이 합법이라면 불법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제 위원장 등도 당장 풀려나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제 위원장 등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측이 애초에 구조조정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주장도 신빙성이 떨어진다. 사측은 최근 노사교섭에서 92명의 해고된 지점장 가운데 26명에 대해서만 복직신청을 받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원칙적으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해사 행위를 했던 사람들과 같이 갈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처음부터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노조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성과급제 도입을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일부 언론에 흘린 “지점장들이 명예퇴직금으로 60개월분 임금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선별 복직을 받고 나머지 해고자들에게는 수개월분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사측의 주장에 “그럼 얼마나 줄 생각이냐, 60개월 정도 줄 수 있냐”고 물은 것이 와전됐다는 것. 실제로 일부 언론은 이를 인용해 “노조가 수억원의 퇴직금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직장폐쇄 이후 사측의 가혹한 노조탄압에 대해서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노조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대체인력을 동원,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용역 경비업체를 고용해 노조원들의 회사 출입을 막아 단식농성을 하던 노조가 간이 화장실을 길가에 세우기도 했을 정도다. 지난달 25일에는 회사 주변에 말뚝을 박고 쇠사슬까지 쳤다가 구청 건축과에서 위법 시설물로 적발, 철거 통지를 받기도 했다.

전체 직원 1600여명 가운데 노조원은 1300여명, 이 가운데 파업 참가자는 7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하며 구속자 석방과 부당해고 철회, 성실한 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과 노조가 서로 상대방이 교섭을 거부하고 주장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140일 동안 노조가 구속되고 해고되고 길거리로 쫓겨나는 과정에서 사측이 양보한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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