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를 받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이 자살을 기도했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경찰이 복직을 빌미로 허위자백을 받아냈다는 사실이 담겨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A씨는 경찰이 강제진압을 시도했던 지난 5일, 건강 악화로 농성을 풀고 빠져나와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7시경 병원에서 받은 약 일주일분을 한꺼번에 먹고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위장을 세척한 후 일단 위험한 고비를 넘겼으나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A씨는 3페이지 분량의 유서에서 “나는 동지를 팔아먹은 나쁜 놈”이라면서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거짓진술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 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내가 빼줄 수 있다, 너희가 무슨 잘못이 있냐, 위에서 시킨 놈이 잘못이지, 그러니 말을 하면 빼주겠다, 증인을 서면 너 이름은 안 나온다,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입니다. ○○○를 팔아먹었습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입니다. 대포 쏘는 것을 보지도 않은 내가 보았다는 진술을 한 것입니다. 내 작은 생각이 이렇게 큰 불화를 일으킬 줄은 시간이 지나 알게 됐습니다. ○○○야, 정말 미안하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 진술입니다. ○○○ 형사는 건너짚기 수사로 또 불어라, 넌 지금 30% 밖에 안 불었다, 그러면서 네가 말을 하지 않으면 이제 와서는 너를 도와줄 수 없다, 이런 개새끼가 어디 있습니까.” (A씨 유서 가운데 일부)

A씨는 유서에서 “머리가 멍하고 심장이 두근거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면서 “선풍기 덜덜대는 소리도 헬기 소리같이 들리고 입맛도 모르고 새벽에도 2, 3번 정도 깨고 무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 형사가 수시로 전화해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는데 동료를 팔아먹은 놈이 형사랑 술을 마실 수 있겠느냐”면서 “죽고 싶은 심정이고 그것만이 동지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A씨는 “내가 동지들한테 할 수 있는 길이 이 길 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죄송하다”는 말로 유서를 끝맺었다.

금속노조는 성명을 내고 “경찰이 복직을 빌미로 회유와 협박을 가해 A씨의 허위자백을 받아냈고 또 다른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A씨를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A씨는 이를 견디다 못해 결국 비극적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강윤경 공보부장은 “더욱 참담한 사실은 이런 강압수사가 모든 농성 조합원들을 겨냥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조사받고 있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복직을 빌미로 한 허위자백 강요를 받았다”고 밝혔다. 강 부장은 “복직의 권한도 없는 경찰이 이를 빌미로 조합원들의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은 사측과의 공조가 있었다는 반증이며 경기경찰청의 조직적 수사방침이 허위자백을 받아내서라도 더 광범위한 조합원을 구속하고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의도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강 부장은 “조사를 받고 있는 조합원들은 변호사 선임과 접견권 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심야수사와 장시간 수사를 강요받는가 하면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까지 데리고 와 수사를 벌이고 구속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면서 “농성했던 모든 조합원이 집단심리치유를 받아야 할 만큼 힘겨워하고 있는데 또 다시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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